美마이크론, 삼성에 차세대 D램 도전장
자체 개발 멀티 패터닝 도입해
고성능·저전력 D램 개발 성공
전송 속도도 삼성과 동일 기록
업계 "공정 효율성에는 의문"
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한 차세대 D램 메모리를 공개했다. 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첨단 제품을 만드는 신공정을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무기로 생산비 효율을 끌어올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압박하겠다는 목표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β(1베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 고성능·저소비 전력 D램(LPDDR5X)의 검증 샘플을 최근 출하했다. 검증을 마치면 내년 초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성능·저소비 전력 D램은 주로 모바일과 인공지능(AI) 기기 등에서 사용되는 고사양 모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PDDR5와 LPDDR5X 수요가 지난해에는 전체 모바일시장의 약 10%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첨단 기기 적용 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지면서 내년 말까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제품은 지난해 선보인 1α(1알파) 공정에 적용한 것보다 전력 효율성을 약 15% 개선하고 35% 이상 밀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마이크론 측은 특히 속도를 끌어올려 동급 최고인 초당 8.5기가비트(Gb)까지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고성능·저소비 전력 D램 분야의 기술 선두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4나노 기반 LPDDR5X를 개발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갱신을 거쳐 지난달 세계 최초로 초당 8.5Gb의 전송 속도 신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불과 한 달 만에 삼성전자와 속도에서 같은 기록을 세우면서 다시 기술 격차를 좁혔다.
특히 마이크론은 이번 신제품이 자체 개발한 1β 공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EUV 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자체 개발한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기존 EUV 공정이 극도로 얇은 붓으로 한 번에 그리는 방식이라면 멀티패터닝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붓으로 스케치를 여러 번 하며 원하는 모양으로 패턴을 좁혀나가는 방식이다. 기존 멀티패터닝 기술은 비교적 공정이 단순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만 일부 사용됐는데 마이크론은 이를 보완해 처음으로 D램 공정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공정을 일본 히로시마 공장부터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히로시마 공장에 1394억엔(약 1조3436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설비를 새로 건설 중이다. 마이크론 측은 "그래픽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신공정 적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멀티패터닝 방식 공정을 개발한 건 '탈EUV'를 하기 위함이다. 현재 EUV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당 도입 가격이 200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인 것은 물론 이마저도 공급이 달려 구매하기조차 어렵다. 마이크론은 이번 멀티패터닝 도입을 통해 EUV 장비 공급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신공정을 통해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치킨게임을 이겨낼 체력을 확보한다는 각오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재고 처리를 위한 극심한 출혈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지난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월(2.85달러)보다 22.46% 하락했다. 작년 10월 가격인 3.71달러와 비교해도 40%가량 하락한 수치다.
다만 멀티패터닝 방식이 과연 EUV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정이 될 것인지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멀티패터닝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노광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결국 공정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 과연 생산비 절감에 큰 이점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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