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수단 총동원” 북 도발, ICBM 발사로 단계 격상···결국엔 핵실험?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며 한달 넘게 이어온 도발 국면을 한층 더 위험한 단계로 끌어올렸다.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 연장을 빌미삼아 강도 높은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북한 최고지도부 일원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훈련 연장이 결정되자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맹비난했고 곧바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추가 발사됐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자 ICBM을 추가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 실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쏘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지난 9월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시작된 최근 도발 국면은 기존의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수준을 넘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도달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5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시작된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침략형 전쟁연습”이라며 강력한 도발을 예고해왔다. 외무성 대변인은 훈련 시작일에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를 거론했고, 다음날 박 부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은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도 강화되는 북한 도발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며 군사적 대치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ICBM 발사를 계기로 4일 종료 예정이었던 대규모 공중연합훈련 기간을 연장했다. 북한이 전날 사상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자 한국도 NLL 이북에 처음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도발 국면을 두고 전쟁 위기까지 거론된 2017년 상황과 비슷하지만 현재 대치 수위가 더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5년 전 북한은 미 항공모함과 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 전개시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 전략자산 전개를 계기 삼아 적극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그간 무력 증강에 몰두하며 전술핵 부대 운용까지 선전한 북한의 군사적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며 담화, 탄도미사일 발사, 동·서해 포사격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불만을 즉각 표출하고 있다”며 “한·미 훈련 중단을 압박하며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은 자체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자 전례 없는 빈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계속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한다며 당분간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위원장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훈련 연장에 대해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떠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부위원장 경고 담화가 나온 직후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추가 발사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실질적 핵 위협을 과시하고자 ICBM을 추가 발사할 수 있다”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나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무기를 꺼낼 수 있고, 기존의 단거리 미사일을 예상치 못한 곳에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9월25일부터 시작된 북한 도발은 대상, 범위, 강도가 지속적으로 격상되고 있다”며 “7차 핵실험을 통해 도발의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이달 8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전에 핵실험이 실시될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바이든 행정부 반응을 보며 7차 핵실험 실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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