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전 세대교체, '카·전' 新시장 열린다

정지은 2022. 11.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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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6억달러(약 766조원).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전망한 2024년 세계 생활가전 시장 규모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선 배경은 '전기차 안으로 들어가는 생활가전'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을 위한 전용 반도체 칩은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시도"라며 "칩 개발에 성공하면 새로운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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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전 반도체 개발 착수
모바일AP로 스마트폰 시대 왔듯
자율주행 확산에 차량가전 성장
생활가전 크기 줄이고 효율 높여야
美·中·日업체도 앞다퉈 기술투자
< '카·전' : 자동차용 가전 >

5386억달러(약 766조원).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전망한 2024년 세계 생활가전 시장 규모다. 지난해 4480억달러(약 637조원)에서 20.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글로벌 소비 침체로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지만, 자동차와 가전을 연결하는 ‘카(car)전(電) 시대’가 열리면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가전, 차 안으로 쏙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선 배경은 ‘전기차 안으로 들어가는 생활가전’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집안 생활가전과 자동차, 모바일기기를 연결하는 ‘뉴커넥티드’ 실험을 본격화하는 차원이다.

자율주행차가 본격 확산되면 운전대를 잡지 않고 이동시간에 차 안에서 TV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거실에 있던 큰 가전을 소형화해 차 안으로 옮겨오는 식의 진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모터를 쓰기 때문에 차량 내부가 상대적으로 넓어 가전을 들여놓기도 쉽다.

수년 내 이 같은 세대교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의 생각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등장한 뒤 휴대폰 세대교체가 일어났듯, 생활가전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명 ‘카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가전을 만들기 위해선 제품 크기를 줄이고 전기 효율은 높여야 한다. 각종 기능을 한데 집어넣은 가전 전용 반도체 칩이 나오는 순간, 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생활가전엔 전류를 단순 전달해주는 수준의 반도체만 일부 사용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을 위한 전용 반도체 칩은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시도”라며 “칩 개발에 성공하면 새로운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투자 나서는 업계

세계 가전업계에서도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한국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미국 월풀, 영국 다이슨, 중국 하이얼 등 너나 할 것 없이 대대적인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2010년대부터 공들여 온 스마트홈 사업은 카전 시대에도 활발히 활용될 전망이다. 차 안에서 구동하는 생활가전을 제조할 때 스마트홈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가 적용되는 식이다. 스마트홈은 연결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손안의 스마트폰부터 거실, 차 등 일상 주요 영역에서 생활가전이 더 편리하게 파고드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얼은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뒤 몇 년간 스마트홈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엔 기업명을 칭다오하이얼에서 하이얼스마트홈으로 바꾸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요 가전업체와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제조사 간 기술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에 공기청정기를 공급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3년간 성장폭만 100조원이 넘는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 LG전자 월풀 다이슨 하이얼 등의 기술 전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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