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월전미술관, 가을 기획전Ⅲ ‘빛과 넋: 장상의 60년’展 개최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2022년 가을 기획전으로 ‘빛과 넋: 장상의 60년’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2, 3, 4전시실에서 작품 40여 점이 소개되며 10월 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화가로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장상의(張相宜, 1940- )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하는 전시다.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루었던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빛과 넋: 작가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빛과 넋은 60년에 걸친 작가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작가의 오랜 화력 동안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방식은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빛과 넋이라는 주제 의식은 달라진 적이 없었다. 이번 전시는 빛과 넋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의 작품을 돌아본다.
한국적 추상미술의 첫걸음: 60-70년대의 작품세계
장상의에게 있어서 초기 작품세계에 해당되는 60년대와 70년대는 그리는 재료로서 먹의 중점적 활용과 바탕재로서 독특한 효과를 내는 마포와 모시 등의 사용 그리고 방법으로서 추상의 지향을 특징으로 한다. 사실 이는 이후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
먹으로 그림을 그릴 경우 먹이 적절하게 배어드는 종이를 쓰는 게 보편적이고 그래야 그리기도 수월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작가의 경우 새로운 재료를 선택한 것이다. 마포나 모시의 경우 표면 자체가 성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붓이 지나가더라도 천의 결에 따라 먹이 스미지 않은 곳이 많아진다.
또한 종이와 달리 먹을 충분히 흡수하지도 않는다. 장상의는 이처럼 단점일 있는 마포와 모시의 속성을 일종의 표현방식으로 응용한 것이다. 동아시아 종래의 재료인 먹을 이질적 재료인 마포 위에 추상적인 조형미로 구현했다.
추상과 구상의 초월: 80-90년대의 작품세계
80년대와 90년대는 장상의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전환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 작품의 경우 다양하고도 강한 채색의 적용과 운동감 넘치는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동양화에 있어서 80년대는 수묵화가 주류이던 흐름이 일변하여 채색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던 시기였고, 작가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을 맞추었던 셈이다.
이와 더불어 80년대와 90년대는 장상의에게 있어서 작가로서의 작업 외에 며느리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모두 감당해야하는 쉽지 않은 시기였다. 작가는 이런 어려운 시절의 내면을 작업으로 승화시켰다. 이처럼 평온치 않았을 내면의 표현에 먹보다 채색이 더욱 적합하였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즉 당시 동양화의 동향과 함께 작가 내면세계가 채색의 적극적 활용의 발단이 된 것이다.
또한 이 당시 작품에 보이는 역동성 역시 이러한 당시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팔, 구십년 대의 나는 붓을 들면 무당이 되었다”는 작가의 술회는 작품세계 변화의 동인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의 초월: 2000년대의 작품세계
2000년대 이후 작가는 다시 먹을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한편 채색을 순화시킨 화면을 만들어가게 된다. 또한 구성적으로는 정적인 가운데에 움직임이 내재되어있는 ‘정중동적’인 특징을 띤다. 60, 70년대 작업과 80, 90년대 작업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고 조화시킨 것이다.
또한 때로는 먹만을 이용하여 작업하고 때로는 채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등 재료 자체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먹과 채색 두 가지 모두에 고루 역량을 집중시켜온 장상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희망의 모색: 최근의 작업
최근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처럼 다시금 먹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먹의 진하고 옅은 세 가지 농담으로 면 분할된 화면은 독특한 기하학적인 구성미를 느끼게 한다. 이것만으로 허전할 수도 있는 화면, 그 사이를 한 줄기 날카롭고 곧은 금색의 선이 파고드는 절제된 미감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고통의 시간으로 은유되는 밤과 어둠 사이로 결국 날이 밝아 해가 비추는 희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혜진 기자 jhj06@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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