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 형 노성철, 인재포럼서 기자 조직 연구결과 발표 '눈길'
노성철 사이타마대 교수 발표
방송사 보도국 조직 특성으로
‘비공식 계층질서’ 역할 꼽아
방송인 노홍철 친형으로 유명세
과거 ‘무한도전’에도 출연
“과거 공영방송의 보도국은 그 어떤 조직보다 구성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이는 공동체 내 구성원의 평판을 중시하는 비공식적 계층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노성철 사이타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3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조직 내 계층 질서는 오히려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고 아래로부터 ‘바른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환 시대의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 창출하기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션에서는 좌장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로 노 교수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얼리샤 텅 그레이트 플레이스 투 워크 범중화권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발표와 토론을 했다.
요즘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은 관료제 등 수직적 계층 질서를 타파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그런데 노 교수는 “저는 정말로 계층 질서를 이대로 보내야만 하는 시기인가 고민을 했다”며 “그런 문제의식에서 전문직 조직, 특히 한국의 공영방송 보도국을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로 구성된 방송사 보도국은 공채 기수로 이뤄진 수직적 계층구조가 탄탄히 자리잡은 조직으로 통한다. 노 교수는 “흥미로웠던 것은 이런 수직적 계층 질서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이라며 “마치 고대 그리스의 ‘공론장’ 같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해서 가능했는지 연구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자 조직에 필요한 능력은 공식적인 업무 능력과 비공식적인 ‘커뮤널 메리트(조직 융화력)’로 구분할 수 있다”며 “경력이 쌓일수록 개개인의 업무 능력보단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과거 언론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가 경찰서에서 3~6개월간 상주하는 이른바 ‘사쓰마와리’ 행태를 이런 비공식적 계층 질서가 작동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언론고시’를 통과한 엘리트에게 이런 밑바닥을 경험하게 하는 건 기자로서의 업무 능력과 큰 상관이 없는 일종의 상징적 의례”라며 “기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보도국 계층 질서의 밑바닥에 있다는 걸 체득하게 된다”고 했다.
‘기자협회장’의 존재 역시 보도국 조직의 특수성을 보여준 사례로 언급됐다. 노 교수는 “사실 커리어 황금기인 10~15년차에 기자협회장이 되면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이득도 없다”며 “그럼에도 해당 조직에서 제일 존경받는 선후배로 비공식적 인정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어 “기자협회장과 국회 여당 출입, 청와대 출입, 뉴욕·워싱턴 특파원 등은 모두가 탐하는 ‘골든패스’로 통한다”며 “이런 골든패스를 밟으면 보도본부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비공식 질서가 공식적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보도국 조직의 이런 특수성이 구성원 만족도와 안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봤다. 그는 “‘선배’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 기자사회에선 선배들도 존경을 받으려면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특성은 아래로부터의 바른행동 등 조직 내 불만을 계층 질서로 내부화해 갈등 확산을 통제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런 비공식 계층 질서가 미약한 일반 기업들의 경우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 등을 통해 조직 내 불만이 바깥으로 표출되면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노 교수 견해다.
이날 발표한 노 교수는 방송인 노홍철 씨의 친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과거 ‘무한도전’에 노씨와 함께 출연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노 교수는 2001년 KAIST를 졸업하고 KAIST와 연세대 대학원을 거쳐 캐나다 맥길대에서 2015년 조직행동 및 인적자원관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문직 노동자들의 정체성 및 집단행동,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노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고, 형 연구실 갔다가 급 여행 계획, 형네 집에 빌붙”이라며 사이타마대에 있는 노 교수 연구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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