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우울 … 트라우마 시달리는 시민들
당시 상황 실시간 유포가 원인
서울시, 심리상담 서비스 실시
"몇 다리 건너 아는 분이 이태원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이후 계속 무기력하고 우울해요. 이런 일을 계기로 정신 상담을 받으러 올 줄은 몰랐어요. 제 주변 또래 친구들도 마음에 멍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심리상담을 받은 직장인 유 모씨(27)는 "대학 1학년 때 겪었던 세월호 참사가 본능적으로 계속 떠오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스무 살이었던 유씨는 이번 이태원 참사가 당시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사는 게 너무 위험하고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리상담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망자 156명을 비롯해 300명대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사고 당시 상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적나라하게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시피 퍼진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참사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전문가들에게 상담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세월호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다수 목격된다. 이들은 10대~20대 초반에 또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되는 것을 목도한 이른바 '세월호 세대'다. 일각에서는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시기에 연쇄적으로 참사를 경험한 젊은 층에게 집단적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 환자들도 이태원 참사 이후 '더 우울하다, 힘들다'고 하는 분이 많다"며 "일선 자원봉사자 분들께서도 심리상담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심리상담·진료에 거부감이 적어 적극적으로 상담소를 찾는 건 긍정적"이라며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지역의 심리지원센터에서 전문가 소견이라도 받아보길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를 맞은 3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정부 부처들은 참사 피해자뿐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앞다퉈 개소했다. 우선 서울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3일부터 서울시내 225개소 정신전문의료기관에서 우울·불안검사 등 특별심리 지원 서비스를 3회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박홍주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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