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꽃다발을 세달 전에 줬는데…” 박율리아나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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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 전 생일에 꽃다발을 줬는데다른 의미로 꽃을 주게 돼서 너무 슬픕니다."
3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 율리아나(25)씨의 추모공간에 도착한 나탈리아(47)씨의 충혈된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추모공간 벽에 기대 한참동안 율리아나씨의 사진을 바라봤다.
사촌언니 마리아씨는 율리아나씨의 아버지 박 아르투르(65)씨를 보자 그를 와락 안으며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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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고향에서…거주지 인천에 추모공간 마련
“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 뿐…도움 주신분들께 감사”
“세달 전 생일에 꽃다발을 줬는데…다른 의미로 꽃을 주게 돼서 너무 슬픕니다.”
3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 율리아나(25)씨의 추모공간에 도착한 나탈리아(47)씨의 충혈된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의 딸은 율라아나씨와 참사 현장에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친한 사이었다. 제 딸은 살아돌아왔는데…. 율리아나는 정말 밝은 아이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추모공간 벽에 기대 한참동안 율리아나씨의 사진을 바라봤다. 사촌언니 마리아씨는 율리아나씨의 아버지 박 아르투르(65)씨를 보자 그를 와락 안으며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그가 기억하는 율리아나는 착하고 밝아 친구가 많은 동생이었다. 마리아씨는 “봉사활동도 많이하던 착한 동생이었다”고 말했다.
율리아나씨는 2021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참사 직전까지 인천에서 유치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에 계속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가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율리아나씨는 4일 한국을 떠난다. 고향인 러시아 나홋카에서 장례식을 진행하는데신 한국에서는 추모식을 따로 열기로 한 것이다.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영정사진 아래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행복한 추억이 담겼다. 특히 지난해 여름 아버지와 함께 인천의 야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에선 곧 펼쳐질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추모공간에는 율리아나의 지인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찾아와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인근 주민 이형남(68)씨는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율리아나의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국적의 추모객들이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
율리아나씨의 사연은 2일 언론에 보도되며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일한다.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에 응한 박씨는 처음 참사 관련 연락을 받은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했다. 사고 당일 새벽에 딸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다음날 낮 12시에 경찰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는 딸을 고향으로 데려가는 비용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 10월 한국에 들어온 탓에 수중에는 100만원 가량이 전부였다. 박씨는 지인들에게 빌린 돈과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한 금액으로 시신 방부처리 비용과 여객선 비용을 마련했다.
그는 “처음에 돈이 부족한 점이 가장 어려웠다. 작은 돈 부터 큰 돈까지 보내주신 분들, 딸을 위해 애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담담했던 그도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얼굴을 감싸쥐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항상 딸에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며 “말도 잘 못할 한 살 때 딸이 노래를 흥얼거리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율리아나씨는 4일 오전 8시 경기도 의정부을지대병원 발인을 마치고 동해로 운구된다. 오후 4시에 동해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출발해 5일 오후 3시께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곳에는 율리아나의 엄마와 친구들이 그녀와 아버지를 맞이할 계획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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