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반발 '확산'…"수뇌부, '尹 경비' 관련해선 직언도 못할 것"
지구대 경찰관 "정부가 책임 면피하려고 경찰 희생양 삼는 건가"
"서울경찰청장, 경비부장, 경비과장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시킨 것도 꼬리자르기 아니겠나!"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강도 높은 감찰을 예고한 가운데 수도권의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A경위는 "집회신고가 접수되진 않았더라도 3년 만의 축제이니만큼 인파가 몰릴 거라는 건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기동대 경력 등을 일부 배치해놨어야 했는데, 그 권한이 112에 있나 경비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나오는 보도를 보면 참사 당일 기동대 대부분이 대통령 반대 집회를 막으러 갔더라"라며 "내부에서도 분명 경비 업무가 문제였다는 걸 알겠지만 그것은 곧 대통령을 저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뇌부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창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이제 마약이나 성폭력 등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오히려 경찰 기본 임무인 위험 방지에 대한 대비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됐던 건 아닌가 싶다"면서도 "112 신고 이슈에 따라서 이태원지구대, 용산경찰서, 상황실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경찰서 간부 "지휘부가 사전에 골목마다 2명씩만 배치했어도"
경기도의 한 경찰서 간부 B씨는 "지휘부들이 경찰 시험에 항상 나오는 혼잡경비에 대한 문제도 한 번 안 풀고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이냐"며 "혼잡경비가 있으면 어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경찰은 다 안다"고 비난했다.
혼잡경비 군중 정리의 4대 원칙 중 '이동의 일정화'는 군중들을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 이동시킴으로써 혼란을 방지하고 주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안정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B씨는 "많은 인원도 필요 없다. 지휘부가 사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골목마다 앞뒤로 경찰관 두 명만 배치해 일방통행만 시켰어도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히 사전에 지원 요청을 했을 텐데 용산경찰서장보다 그 윗선인 서울청 경비부장이나 경비국장의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차적으로 112 상황실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의 한 지방경찰청 간부 C씨는 "일단은 일차적으로 제가 볼 때 112상황실에서 유사 신고를 많이 받으면 판단해서 경비나 교통 등 해당 기능에 빨리 전파하고 그다음에 지휘관한테도 보고해야 한다"며 "상급 기관에도 보고해 조치가 돼야 했다"고 꼬집었다.
C씨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112 상황실에서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순찰차 한 대가 출동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지구대 경찰관 "정부가 책임 면피하려고 경찰 희생양"
인천의 한 지구대 소속 D경찰관은 "정말 시민들이 압사해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인데, 경찰관이 그 현장을 이탈해 내버려두고 방치했겠느냐"며 "면밀한 조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경찰서장 등을 대기발령하는 건 오히려 현 정부가 책임을 면피하려고 경찰을 희생양 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선의 또 다른 경찰관도 "핼러윈데이 행사를 맞이한 이태원처럼 혼잡경비가 필요한 상황이면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이 상호 대비계획을 철저히 세웠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을, 용산구는 제대로 준비를 못 했고, 경찰도 당시 촛불집회에 경력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지구대장은 "파출소 인력이라고 해봐야 20~30명일 텐데 그날 온 사람은 10만명이라고 한다"라며 "사이렌을 울리고 통제하려고 했어도 애초에 사람들이 흩어질 공간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조직의 수장인 윤희근 청장은 참사 발생 2시간만에 뒤늦게 사고를 인지하는 등 심각한 무능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오히려 강도 높은 감찰을 예고하면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앞으로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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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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