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렸다" 거대 종양에 좌절했던 청년…韓 의사 손길에 '새삶'

강승지 기자 2022. 11. 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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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내 얼굴을 포기했어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 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꿈이 생겼어요. 선교사가 돼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수술 후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 선교사가 되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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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22살 청년 플란지, 입안 거대 세포육아종으로 10여년간 고통
현지 의료봉사 이재훈 의사 주선으로 한국행…최종우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8시간 넘는 대수술 성공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라며 따돌림받던 아프리카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오지 지역의 청년 플란지의 수술 전(왼쪽, 올해 5월)과 수술 후(오른쪽) 비교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내 얼굴을 포기했어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 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꿈이 생겼어요. 선교사가 돼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귀신 들린 아이'라고 따돌림을 겪으며, 학교까지 중퇴했던 플란지(Flangie·22)씨가 한국에서 새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플란지의 입 안에 있던 거대 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플란지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플란지의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10여년 간 방치하게 됐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희귀 질환인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초기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는 오랜 기간 치료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얼굴 크기만한 15㎝의 종양이 입안에 생긴 플란지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점차 힘들어졌다.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플란지가 살고있는 마을은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도 약 2000㎞ 떨어진 암바브알라(Ambavala)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차도가 없어 이틀 정도를 도보로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다.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한다. 3시간을 걸어가면 병원이 하나 있지만, 거기서도 한 명의 의사가 간단한 진료만 해줄 뿐이다. 플란지는 희망을 가지고 그 병원을 찾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던 중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 이재훈씨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를 알게 됐다. 이씨는 플란지의 거대한 종양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봤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 의료기관을 수소문했다.

이씨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었고, 병원이 흔쾌히 응했다. 출생신고도 돼있지 않던 플란지는 한국을 가기 위해 약 1년간의 입국 절차를 준비했고, 지난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병원을 찾았다.

9월 16일 최종우 성형외과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했다.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제 기능을 못 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하는 수술이다.

플란지는 영양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장시간의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염려됐지만 이를 무사히 이겨냈고, 가벼운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되찾아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을 찾아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받은 플란지(왼쪽)에게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귀국을 앞두고 덕담을 건네고 있다. (아산병원 제공)

수술 후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 선교사가 되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우 교수는 "플란지가 잘 버텨줘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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