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또 오르는데 … 밀어내기 분양 '비상'

정석환, 이선희 2022. 11.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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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에 분양 늦췄던
장위 4구역·광명 철산 등
연내 수도권 6만가구 공급
"더 미루면 금융부담 커져
일부라도 털어낼 수밖에"
주담대 금리가 연말연시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예정이던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아파트 전경. 【매경DB】

"내년 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 대출을 위해 은행에 상담하러 갔더니 5%대 금리를 이야기하면서 '2~3개월 뒤 잔금 대출 실행 때는 금리가 더 뛸 것'이라고 했다. 청약에 당첨됐을 때는 기뻤지만 이제는 집에 안 들어갈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직장인 A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 부동산시장 수요자들의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말 전국에 '대규모 분양 밀어내기'가 예고된 가운데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 수요가 위축되면서 분양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서 총 6만3873가구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838가구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만5018가구(70.48%)로 가장 많다. 인천과 서울은 각각 1만3504가구, 5351가구 규모다. '밀어내기'는 수요자들 선호도가 높은 10대 건설사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부동산 전문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의 전국 분양 물량은 8만2757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남은 기간 10대 건설사의 예정 분양 물량은 7만4785가구로 나타났다. 이미 분양이 이뤄진 물량과 비슷한 수준이 분양시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서울에서도 대규모 브랜드 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장위4구역에서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2840가구 규모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만 1330가구에 달한다.

SK에코플랜트·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리버센 SK 뷰(VIEW) 롯데캐슬'(중랑구)도 올해에 분양이 진행된다. 1055가구 가운데 50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열리면서 상반기에 분양 마케팅을 하는 게 쉽지 않았던 점이 연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분양 일정이 밀린 상황에서 미국의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점은 건설사들에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들어서는 '인덕원자이SK뷰' 508가구 무순위 청약은 단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이 단지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에 힘입어 평균 경쟁률 5.6대1로 모두 마감됐다. 그러나 전체 899가구 가운데 56.5%인 508가구가 미계약돼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면서 분양시장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말 지방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대규모 브랜드 단지도 고전할 정도로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지만 계속 미루면 금융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며 "한 번에 다 팔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건설사들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재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도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막히면서 돈줄이 마르고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사업 자금 회수마저 막히게 되자 건설업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쌓이면 건설사는 예정된 자금을 받을 수 없고, 자칫 시행사가 부도라도 나면 건설사들의 금융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서는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내년에 상가 구입 시 받은 대출을 갱신해야 하는 B씨는 "작년에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로 할까 변동금리로 할까 고민하다가 변동으로 했는데 후회가 밀려온다"면서 "상가 임대료는 제자리인데 대출 금리는 두 배로 뛰니 임대료로는 대출금을 충당 못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한국 역시 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이사는 "애초 하반기에 분양을 집중하려고 했는데 금리 상승과 PF가 막히는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계속 분양을 미루는 상황"이라며 "자칫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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