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호실적에 美지원까지…반도체 한파 넘어선 글로벌파운드리

차창희 2022. 11.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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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월부 ◆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압도적 1위인 대만의 TSMC(TSM)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가가 하락한 반면 미국 토종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GFS)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현실화에 따른 반도체 업황 둔화가 현재진행형이지만 월가에선 글로벌파운드리의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파운드리 업체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의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9%로 TSMC(53.4%), 삼성전자(16.5%), UMC(7.2%)에 이은 4위다. 업계에선 특히 글로벌파운드리를 공정에 특화된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스페셜티(Specialty)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텔의 인수 대상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최근 주가 흐름은 기타 반도체 종목 및 업계 평균치 대비 우수한 편이다. 실제 지난달 글로벌파운드리의 주가 상승률은 17.27%였다. 같은 기간 TSMC는 오히려 주가가 10.22% 하락했다. 반도체 설계·제조·유통 관련 16개 종목을 포함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지난 10월 3.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TSMC와 다르게 글로벌파운드리 주가에 훈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빗겨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공급의 대부분은 중국과 대만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최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TSMC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며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북부 뉴욕과 독일, 싱가포르에서 대부분의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반면 글로벌파운드리는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된다. 반도체 업종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리쇼어링(생산시설의 국내 이전) 확대에 따라 미국 토종 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시설 확충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지원법안(CHIPS ACT)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법안은 기존 공장의 새로운 칩 생산에 대해 25%의 투자 세금 공제와 신규 프로젝트당 최대 30억달러를 제공한다. 이는 글로벌파운드리가 새로운 장소에서 공장 확장 시 자금 조달에 유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차세대 마이크로칩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 연방정부 자금 3000만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지정학적 이점 외에도 글로벌파운드리는 장기 계약 물량을 이미 확보해 강력한 이익 체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글로벌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인 퀄컴과 4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계약을 추가로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파운드리와 퀄컴의 계약 규모는 2028년까지 기존 30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게 됐다.

또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와 차량용 반도체칩 공급을 위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향후에도 글로벌파운드리는 5세대(5G) 트랜시버, 와이파이(Wi-Fi),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활용될 반도체칩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파운드리의 사물인터넷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솔루션은 프로세스 속도 최적화, 개선과 더불어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기능을 탑재해 세계적으로 75억달러 규모 설계 수주를 실현한 바 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할런 쉬르 JP모건 반도체 분야 연구원은 "글로벌파운드리는 특수 칩·제조 분야의 선두 주자"라며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프로젝트 분야 매출액은 향후 2년간 매년 약 14%씩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파운드리는) 2028년까지 유럽 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3배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익 믹스 개선으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글로벌파운드리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분기 글로벌파운드리는 영업이익 측면에서 손실을 봤지만 같은 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5200만달러) 이후 4분기 8700만달러, 올해 1분기 2억2500만달러, 2분기 2억97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고속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도 1억2700만달러가량 적자였지만 올해 2분기엔 2억6400만달러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글로벌파운드리의 3분기 실적 발표는 오는 8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현재 월가에선 글로벌파운드리의 3분기 매출액이 2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당순이익(EPS)도 직전 분기(0.58달러) 대비 소폭 증가한 0.59달러로 예상 중이다. 이번 실적 국면에서도 글로벌파운드리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이면 5개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기록을 내놓게 된다.

월가에선 글로벌파운드리의 목표주가를 높여서 잡는 추세다. 지난 3개월 동안 글로벌파운드리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연구원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71.11달러에 달했다. 현 주가(56.37달러) 대비 약 26%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가장 높은 추정치는 100달러였고, 가장 낮은 추정치는 48달러였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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