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도 ‘이상민 경질’ 대세···여당은 윤 대통령을 민심으로 이끌 수 있을까[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내 인사 “야당 대응 위해 인사 필요”
안철수 “여당이 정부 잘못 지적해야”
여당 내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윤희근 경찰청장은 물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퇴하거나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응할 명분을 확보하고, 더 이상의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해 참사에 응당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 장관을 이틀 연속 조문에 대동하는 등 여전히 신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당 지도부는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선 조사, 후 문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내에선 집권여당으로서 사태 수습을 위해 윤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을 민심에 맞게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선 3일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의원들도 이 장관 사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친윤계 초선 A의원은 통화에서 “당내에 최소한 장관까지는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조문에 대동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자르지를 못하는데 이럴 경우엔 장관이 최소한의 수습을 하고 나도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면 안된다”며 “대통령이 나를 좋아한다고 ‘그만 안둬야지’라고 생각하면 참모로 빵점”이라고 했다. 친윤계 재선 B의원은 “사태 수습이 좀 된 다음에 이 장관을 경질하는 게 맞다”고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민심을 걱정했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청장 경질, 이 장관 사태 수습 후 자진사퇴’ 주장을 올린 안철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역에서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민심과 국민의 시선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책임질 사람은 빠르게 져야 당과 정부가 제자리를 잡고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C의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찰국이 있는 행안부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수도권 의원들 사이엔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차기 총선은 힘들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부위정경(扶危定傾),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대북은 강경하게 내부는 단호하게, 위기에 머뭇거리면 제2의 세월호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문책 필요성을 제기했다. 부위정경은 위기를 맞이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이다.
당 지도부는 ‘선 수습·조사, 후 문책’ 입장을 반복하며 이 장관 경질이나 사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문책과 책임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전날부터 이틀 연속 이 장관을 대동하고 분향소를 조문하면서 이 장관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 영향이 있어 보인다. ‘윤심’이 이 장관 신임으로 가 있다 보니 당내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이 장관이 참사에 대한 보고를 늦게 받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옹호 논리도 나온다.
당내에선 여당이 이럴 때일수록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 의원은 “여당은 정부 방향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 역할을 필요하다고 생각해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려 할 때 국민의힘이 강하게 우려를 전달해 자진사퇴로 이끌었던 전례도 거론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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