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르는 손 … 보호마스크 쓰고 뛸까
토트넘 "손흥민, 수술후 재활"
안와골절 회복 양상 천차만별
빠르게 복귀하면 마스크 출전
김태영·오시멘 등 선례 존재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끝내 수술대에 오른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까지 약 20일을 남겨둔 벤투호에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토트넘 홋스퍼 구단은 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골절된 왼쪽 눈 부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수술 뒤 손흥민은 구단 의무진과 함께 재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와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샹셀 음벰바와 충돌하며 발생한 부상이 단순 재활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뜻이다.
손흥민은 2020년 허벅지 부상을 입고도 일주일 만에 복귀하는 등 신체 회복 능력이 탁월한 선수지만 얼굴 골절은 그 양상에 따라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는 회복하기까지 4주 이상 걸리지만 단순 골절이면 그보다 짧아질 수도 있고, 심각한 안와골절로 판명 나 안구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면 훨씬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수술 경과를 보기 전에는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사진상 관골상악골절에 안와골절이 연결된 복합 골절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일반인의 경우 티타늄 나사와 플레이트 등을 이용해 고정하는 수술을 한 후 최소한 4~6주 안정을 요구한다. 결국 골절 부위가 시신경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중요한데 마스크를 하고 뛰더라도 위험성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사례는 벨기에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다. 지난해 첼시와 겨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더브라위너는 단 17일 만에 복귀해 유로 2020 조별예선 2차전부터 큰 무리 없이 출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김민재와 나폴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나이지리아 공격수 빅터 오시멘은 지난해 11월 안구가 돌출될 정도로 심한 안와골절을 당한 뒤 다시 경기장에 복귀하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거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태영 전 천안시 축구단 감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뛴 대표적 선수다. 이탈리아와 겨룬 16강전에서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부딪혀 코뼈가 부러진 김태영은 곧바로 8강전부터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마스크를 착용해 '타이거 마스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진공청소기'로 불린 김남일 전 성남 FC 감독은 2009년 코뼈를 다쳐 호주와의 평가전에 마스크를 쓰고 나선 적이 있고, 이정협(강원FC)도 2015년 8월 안면 복합 골절을 당해 2~3개월 결장이 예상됐지만 1개월 만에 마스크와 함께 복귀한 바 있다.
설령 손흥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라도 뛰겠다는 투혼을 보일지라도 좋은 컨디션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골절을 당한 상황에서 한동안은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컨디션과 감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아진다. 또 몸싸움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합류할 수 없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 빠지면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황희찬(울버햄프턴)이나 나상호(FC서울), 송민규(전북 현대) 등을 왼쪽에 세우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나 이재성(마인츠) 등 활동량이 좋은 미드필더 활용을 늘리는 전술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오는 12일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14일 새벽 결전지 카타르로 향할 예정이다. FIFA에 최종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 역시 14일이고, 대회 첫 경기가 시작하기 24시간 전까지는 부상·질병으로 인한 선수 교체가 가능하기에 일단 손흥민을 엔트리에 포함한 뒤 회복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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