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켜 먹고 말지”...배달앱 이용자 3개월 새 170만명 감소
iOS 이용자 더하면 200만명 이상 전망
iOS 이용자 더하면 200만명 이상 전망
“치킨이 마리당 2만5000원 정도잖아요. 배달비까지 생각하면 겁나요.”
두 아들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50대 직장인 A씨.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런대로 시켜 먹을 만했다”는 그는 지난 여름부터 배달 주문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배달비에 부담을 느꼈는데 소비자물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애들이 잘 먹는데 비싸니까 조금만 먹으라고 할 수도 없지 않으냐. 시키려면 2마리씩은 해야 하는데”라며 “중복 즈음에 치킨 시켜달라고 계속 그러는데 눈 딱 감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워버렸다. 가끔 가게로 찾으러 가긴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과 배달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배달앱 이용자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급성장한 음식배달 시장의 규모가 물가 상승과 소비자들의 외출 증가 여파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개를 이용한 소비자 수(안드로이드 기준)는 396만7030명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지난 7월 31일(568만1364명)과 견주면 171만여명(30.2%)이 감소한 수준이다.
앱별로 살펴보면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가 113만3058명(413만4113명→300만1055명) 감소했고, 요기요 이용자 수가 37만7974명(102만9879명→65만1905명) 줄었다. 쿠팡이츠의 경우 이용자 수가 51만7372명에서 20만3302명 줄어 31만4070명을 기록했다.
해당 통계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아이폰 등 iOS 이용자를 더하면 주요 배달앱 3개 이용자 수는 200만명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만에 월간 앱 이용자 수가 170만명 이상 감소한 건 배달 수수료와 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주요 배달앱들은 올해 초부터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가맹점 수수료를 개편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종료한 바 있다.
이후 배달앱 3사와 외식업계는 주요 메뉴 할인, 쿠폰 제공, 경품 이벤트 등을 내걸었지만,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6월 6.0% ▲7월 6.3% ▲8월 5.7% ▲9월 5.6% ▲10월 5.7% 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여름철이 치킨·맥주 배달이 많은 성수기인 만큼 가을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떨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낙폭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현재로서는 연말께 시장 분위기가 어떨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엔데믹 선언 후 소비자들이 외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으니 기온이 내려가면 다시금 배달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장 동향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달 주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했다는 지표는 통계청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2022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음·식료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6.8% 늘어난 7조3858억원을 기록했으나, 배달 주문 등을 포함하는 음식서비스는 7.8% 감소했다. 온라인으로 식자재는 대거 사들였지만, 배달 주문은 줄였다는 의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행 배달비(소비자부담 기준 3000~5000원) 수준이 유지되거나, 추가로 인상될 경우 배달 주문이 더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40대 소비자 C씨는 “원래도 불만이 있었는데 물가까지 오르니 배달시키기가 정말 겁난다”며 “간혹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을 하는 매장이 있으면 거기서만 시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포용성장 및 지속가능성 관련 외식업 분야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 2만원어치를 배달 주문한다고 했을 때 응답자들이 꼽은 적정 배달비 수준은 평균 161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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