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5% 시대까지 예고···성장 둔화, 자금 시장 경색 한국 경제 위기감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제법 멀다.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다.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기는 시기상조다.”
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단호했다. 지난 3월 이후 8%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고물가를 제압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날 연준이 선택한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시장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파월 의장의 입에서 나올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메시지였다. 일각에서는 ‘피봇(방향 전환)’까지 기대했지만 빗나갔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는 당분간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이르면 12월 FOMC부터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발언을 섞었다. 통상적인 인상 폭의 3배인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가는 금리 인상 강행군은 이제 끝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행군을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한 것이다.
◇파월 의장, 금리 5%대까지 인상 시사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출 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과소 긴축으로 물가를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 긴축을 선호한다”며 “충분히 긴축하지 않거나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가 5%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FOMC에서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내년 금리 전망치 평균인 4.6%를 넘어설 것이라는 의미다. 5%대 진입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나스닥 지수가 3.36%나 급락했다.
◇금리 인상 속도는 이르면 12월 낮출 수도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는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르면 (12월에 열리는)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내년 1월 예정인) 그다음 FOMC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이언트 스텝을 중단하는 시점이 빠르면 오는 12월이 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조심스럽지만 12월부터 곧바로 빅 스텝으로 감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12월 0.5%포인트, 1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후 연준이 멈출 것”이라고 했다.
◇돈맥경화 겪는 한국에 악재, 외환 보유액 70조원 감소
연준이 ‘갈 길이 멀다’며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한 것은 한국 경제에는 악재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추격전을 펼쳐 연 3%인 기준금리를 더 높이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각 파도’는 더 거세지게 된다. 금리 급등의 충격으로 최근 국내 자금 시장이 경색되는 ‘돈맥경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강(强)달러 태풍은 내년까지 지속돼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설령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내년에도 달러는 순풍을 받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외환 당국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풀면서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10월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은 4140억달러(약 588조원)로, 올 들어 491억달러(약 70조원)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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