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내릴땐 세차 말아라" 투자혹한기 최태원 회장의 현실 조언

최태범 기자 2022. 11. 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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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SparkLabs Demoday X)'에 참여해 대담을 갖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소나기가 내릴 때 세차를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우선은 소나기를 피하기를 권한다. 지금 당장 뛰어들어서 사업 목표를 달성할 리소스를 조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변화하는 시장을 좀 더 읽으면서 돈도 기다려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SparkLabs Demoday X)'에 연사로 참여해 '투자 혹한기'를 겪는 스타트업 상황과 관련 "내년 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파크랩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대규모 데모데이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다. 이날 데모데이는 스파크랩 설립 10주년이자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오프라인 데모데이를 3년 만에 개최한다는 점에서 더욱 화려하게 열렸다.

스파크랩은 발란, 원티드랩, H2O호스피탈리티, 엔씽, 스파크플러스 등 유망 스타트업 270여개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사들의 후속 투자유치 금액은 총 1조3000억원, 기업가치는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2개 기수를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각 스타트업에 평균 1억원의 초기 투자금 등 체계적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태원의 스타트업 사랑…"욕망만 앞서면 안된다"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 /사진=스파크랩
최태원 회장은 스파크랩 공동대표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시카고대 동문으로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후 이 대표는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단에 합류하며 최 회장을 지원해왔다.

최 회장은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물론 정보통신, 바이오·헬스, 친환경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5G 특화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트루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저탄소·친환경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SK스퀘어는 반도체와 ICT 분야 투자 전문기업이다.

최 회장은 2019년 6월에도 스파크랩 제13기 데모데이에 참석해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과 대기업과의 상생, 규제 등 업계가 직면한 문제와 관련해 후배 창업가에 조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데모데이에서 '미래 기업가치 창출의 핵심: 고객과의 관계, 스토리, 그리고 신뢰'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여러 어려움과 자본의 한계에 놓일 것이다. 그때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자신의 리소스 안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단순히 잘하고 싶다는 욕망만 앞서면 투자사나 대기업들이 그것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어떤 경로를 갈 것인지 확실하게 알려줘야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런 문제들이 생각보다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크랩 "AI 기반 AC·VC 플랫폼 구축, 투자업무 효율화"

이날 데모데이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게임 코칭 플랫폼 'GGQ' △중고차 이커머스 플랫폼 '카머스' △구직자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 △디지털 플랫폼 기반 통합 물류서비스 '로지스팟' △액티비티 플랫폼 '엑스크루' 등이 기업소개(IR)를 진행했다.

또 △프리미엄 덴탈용품 브랜드 '투스노트' △대학생 취향 기반 소셜 플랫폼 '케빈의 클럽' △온오프라인 상품 퀵커머스 '패스켓'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 '놀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NFT 플랫폼 '민트NFT'도 발표 무대에 올랐다.

스타트업 IR 외에도 디즈니플러스의 히트작 '만달로리안'에 출연한 배우 밍나 웬과 미국프로풋볼(NFL) 최고의 러닝백으로 꼽히는 마숀 린치 선수의 대담이 진행됐다.

밍나 웬은 아시아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틀에 박힌 배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밍나 웬은 "사람들의 '안돼(No)'라는 말이 '돼(Yes)'로 바뀔 때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스파크랩은 앞으로의 10년은 AI 기술을 활용한 AC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AC 및 벤처캐피탈(VC)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데이터 드리븐이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새로운 경영 트렌드를 일컫는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AI 기반 AC·VC 플랫폼은 최신 투자 트렌드를 도출하고, 가장 적합한 투자자와 매칭 펀드를 추천해주며 후속 투자유치 기회가 발생했을 때 알림을 보내주는 기능까지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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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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