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김호곤 대표 내치기 시도…“합리성도 정당성도 없다”

김창금 2022. 11.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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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기자로 수십년 활동하면서 만난 많은 축구인이 있다.

그중에 김호곤 수원FC 대표와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역대 톱5에 드는 '축구계의 두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수원FC가 재미있는 축구, 공격 축구로 일찌감치 잔류에 성공하고, 강원FC가 강호들의 그룹인 파이널 1그룹(1~6위)에 들며 팬몰이를 한 배경에는 두 대표이사의 아이디어와 성실성, 추진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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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도지사·시장 구단주, 정치논리 일방통행
강원·수원FC 팬과 체육인들 거센 반발
김호곤 수원FC 대표이사.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 기자로 수십년 활동하면서 만난 많은 축구인이 있다. 그중에 김호곤 수원FC 대표와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역대 톱5에 드는 ‘축구계의 두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실제 둘은 과거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수비수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을 뿐 아니라, 은퇴 이후 지도자나 축구 행정가로 활동하면서 굵은 족적을 남겼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수원FC가 재미있는 축구, 공격 축구로 일찌감치 잔류에 성공하고, 강원FC가 강호들의 그룹인 파이널 1그룹(1~6위)에 들며 팬몰이를 한 배경에는 두 대표이사의 아이디어와 성실성, 추진력이 있었다. 이것은 기자의 확신이 아니다. 팀 관계자들과 1분만 얘기해도 확인되는 팩트다.

그런데 시·도민 축구를 인기상품으로 만든 한국 축구 최고의 행정가 둘이 3류 정치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내년 2월까지 계약된 김호곤 대표와 올해 말까지 임기인 이영표 대표를 놓고 인사권자인 수원시장과 강원도지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약 불가 이유는 저열하다. 예를 들어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을 위해서’(수원FC), ‘지방권력이 달라졌으니’(강원FC) 등의 얘기는 합리나 상식과 거리가 멀다. 백번을 양보해, 시장이나 도지사가 구단주로서 축구단 대표의 임면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내 맘대로’ 식으로 결정할 정당성은 따져볼 문제다. 시장이나 도지사의 권력 또한 선거를 통해 시·도민, 좁게는 팬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반발하고 있다. 수원FC의 서포터스인 리얼크루는 김호곤 대표의 유임 플래카드를 걸거나, 시청 앞 트럭시위를 통해 시의 불합리한 결정을 막으려 백방으로 뛰고 있다. 강원FC의 서포터스인 나르샤 역시 이영표 대표의 유임을 청원하고, 성명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원과 강원FC의 이사회에서도 “재계약을 하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재고를 요청하고 나섰다. 수원시 체육회에서도 현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피커가 작은 스포츠계에서 김호곤, 이영표 두 대표의 재계약 불가를 안타까워하는 까닭은 두 대표의 실력 때문이다.

수원FC가 축구계의 아이돌인 이승우나 ‘여자 메시’ 지소연을 영입해 남녀 축구에서 흥행 불씨를 지핀 것은 김호곤 대표 없이는 힘든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표 대표는 구단과 지역민의 밀착을 위해 ‘강원 인:프런트’ 행사를 기획하고, 돈 되는 일이라면 작은 스폰서 계약이라도 자기 이름을 팔며 뛰었다.

젊은 감각과 열린 마음으로 직원과 소통하는 것은 두 대표 공통의 자질이다. 축구 전문가로서 선수단과 호흡하면서 수원과 강원FC의 내실을 다지는 ‘빌드 업’ 과정도 타 구단의 주목을 받았다.

정책에서는 합리성과 정치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 두 항목은 자주 충돌한다. 하지만 특정인의 이해가 걸린 정치성 영역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 때문일 것이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구단주로서 구단의 대표이사 인사에 개입하려면 합리성과 정당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책의 신뢰는 떨어지고, 후임 대표 또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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