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더 큰 불황 … 亞 물류·의료가 피난처"
中 코로나 봉쇄로 침체 역풍
한동안 고물가 지속 불가피
글로벌 경기 둔화 이어질듯
블랙스톤, 이커머스 성장에
국내 물류센터 투자 확대
헬스케어·사모신용 관심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와 함께 변동금리 기반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이어져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을 이끄는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국가들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수반하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와 맞닥뜨려 있어 인플레이션은 한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역풍을 맞으면서 그 여파가 아시아 전역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레이 사장은 오는 17일 매일경제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GAII 2022)'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금리 상승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대응 전략 등을 강연할 예정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인 그는 1992년 블랙스톤에 합류해 부동산 부문 대표를 거쳐 2019년 사장에 올랐다. 현재 9510억달러(약 1300조원)를 운용하는 블랙스톤의 성장에 그레이 사장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다. 이런 공을 인정해 블랙스톤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2014년 그레이 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그레이 사장은 내년 전 세계 건설 물량이 올해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경제 둔화는 현재 초입에 들어섰으며, 향후 1년 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에 존재했던 높은 수준의 주택 관련 부채나 공급 과잉은 없는 상태"라며 "과거에 비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레이 사장은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최고의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되는 경제·금융위기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은 이미 1년반 전부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기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예측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그레이 사장은 "블랙스톤은 부동산 부문 포트폴리오 비중의 약 80%를 물류와 임대주택, 호텔 자산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 자산은 상대적으로 임대 기간이 짧아 인플레이션 등 시장 대응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 부문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사업이나 가격 결정력을 갖춘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레이 사장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물류 사업과 헬스케어 분야가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성장이 가속화하는 점을 고려해 전 세계 물류센터에 투자해온 블랙스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천터미널에 위치한 물류센터, 안성·용인 내 물류센터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그레이 사장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의료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의료·헬스케어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블랙스톤은 팬데믹 기간 이후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국내에서는 2019년 대형 제약 유통 업체 지오영을 1조1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블랙스톤이 한국 기업에 처음 집행한 조 단위 투자였다. 물류·제약 부문에서 투자를 단행해 성과를 낸 블랙스톤은 올해 초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국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사모신용(크레디트) 부문도 블랙스톤의 관심사다.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서 벗어나 대출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어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미·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크레디트 전략을 펼쳤던 블랙스톤은 아시아에서도 관련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5억달러(약 7100억원) 수준이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모 크레디트 사업 규모를 올해 50억달러(약 7조1000억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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