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보고 체계, 참사 키웠나...'당국 책임론' 가중

송재인 2022. 11.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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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송재인 사회1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특보 - 이태원 참사]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경찰의 늑장 대응, 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보고 체계와 관련해 이야기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보고 지연이 경찰 지휘체계의 공백을 만들었고 이게 뒤늦은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이태원 참사를 만들었는데 역순으로 다시 한 번 문제를 짚어봐야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주요 지휘부가 당시 사건을 차츰 보고받은 시간을 쭉 정리해 보면 늑장보고가 반복됐던 건 물론이고 제대로 정상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정리된 그래픽 보면서 설명드릴 텐데요. 10시 18분, 그러니까 소방당국이 이번 첫 신고를 받고 3분 뒤에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용산경찰서장이 2분 뒤 10시 20분에 현장에 도착을 했고요.

이후 용산경찰서장은 현장에 있으면서 상황 보고를 위해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했지만, 그러니까 직속 상부기관이죠.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고요. 이미 사고가 1시간째 진행되고 있던 밤 11시 36분에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유선으로 첫 보고를 받게 됐습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수십명이 의식을 잃고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던 때였고요. 나아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그보다 상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별도로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던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이후 결국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아닌 경찰청 내부,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사건을 보고받았고요. 이 시간은 40분 가까이 더 지난 다음 날 0시 14분쯤이었습니다.

[앵커]

저 시간이면 YTN도 특보로 전하고 있었던 그 시간이었는데 늑장보고 늑장보고지만 보고 체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있었다고요?

[기자]

우선 일산 기관 보고 단계부터 차례로 아래부터 말씀을 드리면 저희 YTN 취재 결과 용산서와 서울청은 참사 직후부터 수시로 소통하면서 현장 상황을 공유해왔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사고가 터진 뒤에 서울청이 용산서 측에 수시로 확인하면서 상황이 어떠냐고 문의해 왔다는 건데요.

그런데도 서울청 내부에서는 그러면 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밤 11시 36분이 돼서야 첫 보고를 받았는가, 이게 1차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의 보고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경찰청이 경찰청장보다 대통령실에 먼저 보고한 건데요.

경찰청이 서울경찰청의 보고를 받은 건 다음 날 0시 2분쯤입니다. 바로 3분 뒤에 대통령실에 보고를 했고요. 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이 보고받은 첫 시각은 제가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새벽 0시 14분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경찰청 내부에서도 사건을 인지한 이후에 경찰청 본청 장인 윤희근 청장이 아닌 대통령실에 9분 먼저 보고를 했던 겁니다. 경찰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찰을 벌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우선 업무 태만이 확인된 두 사람부터 대기발령하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112 상황관리관인데요. 윗선의 상황 인지와 보고가 지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경찰청이 윤희근 경찰청장보다 대통령실에 먼저 보고했다라는 거고. 지금 시간만 계산해 보면 최소 81분 동안 치안 지휘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소방과 경찰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보고가 된 그 과정도 의문이 있다고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시각을 두고도 통상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먼저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를 처음 받은 시각은 밤 11시 1분입니다.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면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보고가 돼서 윤 대통령은 밤 11시 2분에 첫 보고를 받은 건데요. 물론 이것도 참사 발생 46분 만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경찰의 최종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보고를 받은 시각은 이보다 19분이 더 늦었습니다. 경찰 지휘부 보고도 아니었고요. 긴급 문자를 받은 장관 비서실 직원을 통해서 보고를 받은 거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장관은 오늘 출근길, 참사 수습에 집중할 때라고 즉답을 피했는데요. 관련 녹취 준비돼 있습니다.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 (보고 시간이 많이 늦어진 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글쎄, 지금은 그런 것보다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고인들을 추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 빠른 쾌유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급선무 같고요.]

[기자]

이상민 장관이 왜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늦게 사건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느냐. 구체적인 해명은 행안부 차원에서 밝혔습니다. 소방청이 대통령실과 행안부로 동시에 보고를 했지만 행안부 보고 절차를 거치면서 늦어지게 된 거라고 설명을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행안부 상황실에 해당 사건이 보고된 건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오후 10시 15분으로부터 33분이 지난 밤 10시 48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실과 행안부로 모두 갔지만 이상민 장관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는데요.

1단계 긴급문자를 보내는 직원의 범위가 정해져 있고 행안부 안에서. 2단계가 진행됐을 때 긴급문자가 전해지는 직원의 수가 있는데 2단계 때는 장차관에게까지 전달이 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민 장관은 2단계 긴급문자 역시 발송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장관은 결국 비서실 직원이 문자를 확인하고 보고를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현장에서 경찰 그리고 행안부, 대통령실로 이어져야 될 보고 체계가 뒤죽박죽이었는데 이렇게 보고가 막히고 중구난방으로 이어질 때 결국 거기에 있던 시민들은 압사당할 것 같다, 도와달라 이렇게 신고를 수없이 했던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한참 전부터 참사 발생 4시간 전, 6시 반쯤부터 최초 신고가 접수됐었죠. 좁은 골목인데 사람들이 엉켜서 압사당할 것 같다, 압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사람들은 너무 많으니까 사람들을 정리해 달라, 대형사고 나기 일보직전이다, 난리가 났다. 이런 직접적인 표현을 쓰면서 위험을 호소했는데 주목할 부분은 구체적으로 압사라는 단어가 9번에 걸쳐서나 이미 등장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절박했던 시민들과 달리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경찰의 대응은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하는데요. 저희 보도가 나간 112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자신이 8번째 신고자인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저희 YTN에 제보를 주셨고요. 어제 직접 취재기자가 만나봤는데 당시 상황 발언 듣고 오겠습니다.

[변 모 씨 / 참사 1시간 전 신고 : 축제장 전체가 지금 난리가 났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정확한 상호를 대라', 계속 그런 얘기만 하길래…. 더 이상 제가 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광경이 아니었어요.]

[앵커]

그런 광경을 만든 초기 경찰의 부실대응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었고 이번에 이렇게 지휘부 차원의 늑장 보고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선 경찰관들도 할 말이 많다, 이런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맞습니다. 이태원 파출소의 한 직원이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부터 함께 그래픽으로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해 지구촌 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모두 있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근무했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고요.

빗발치는 신고에 대해서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했지만 수없이 많은 신고를 처리하면서 중간중간 시민들에게 해산하라고 요청을 했지만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만큼 잘 따라지지는 않았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또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대로변에 바로 중간에 있는 골목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습니까?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나 많아서 통제가 힘들었다고 말을 했고요. 그런 만큼 20명으로는 다른 신고도 계속해서 접수됐기 때문에 도저히 상황을 대처하기에 역부족이었다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서 직원을 윗선에 미리 요청했는데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항변했는데요. 실제로 파출소는 큰 행사에 맞춰서 손수 약도까지 만들면서 파출소 경력 운용에 대해서 구상했고 실제 핼러윈 기간에도 똑같이 대비를 했습니다.

결국에는 윗선에서 실제 현장 인력을 충분히 채워주지 않았는데. 참사 이후 책임소재는 현장 경찰들에게만 돌리는 거 아니냐, 이런 반발여론이 지휘부 보고 체계가 무너진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더 올라오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수사 통해서 정확한 책임소재가 가려져야 될 텐데 지금 수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기자]

수사 상황 정리해 드리면 특별수사본부 어제 출범했죠. 출범 첫날인 어제 8개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주요기관이 모두 포함됐었는데요.

오후 6시쯤에는 이태원역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후에 원래는 연기해서 추후 다시 진행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침에 확인을 해 보니 어젯밤 이태원역까지 모두 압수수색을 마친 상태고요.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경찰기관에서는 당일 112 신고와 인력 배치 상황들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고 용산구청에서는 수년간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면서 쌓여 있던 자료가 있지 않겠습니까? 내부 문건을 확보한 걸로 전해지고요.

오늘부터는 이 압수물 분석에 착수할 텐데. 참사 당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다시 재구성하고 또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그러니까 준비가 미흡하지 않았는지, 현장 대처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경찰이 어쨌건 제 식구를 조사한다는 시선이 여전하지 않습니까? 부실 수사가 되지 않을까, 과연 책임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는 여전히 남야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책임규명. 아까 이상민 장관도 사고 수습을 강조하고 있고. 치안 책임자들이 지금 이번 사태 이후 사고 수습을 말하고 있는데 사실 이거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중요한 게 원인규명과 책임 추궁이고 또 이게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는 하나의 중요한 도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관리책임이 있는 건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고요.

[기자]

맞습니다. 관련 법에도 1차적인 안전을 책임지고 예방조치를 해야 될 주체로 명시된 건 지자체입니다. 최근 비난의 화살이 경찰로 집중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서울 용산구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텐데요.

용산구청은 축제기간을 앞두고 경찰과 상인, 구청과 함께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결과 용산구청이 요청했던 건 쓰레기 배출 자제 정도였습니다. 참사 당일에도 저희가 이미 단독보도로 알려드렸다시피 현장 출동 인원은 30명에 그쳤고요.

그 가운데 안전관리를 별도로 담당하는 전문하는 별도 인원은 1명도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박희영 구청장에 대한 비판여론이나 비판적인 시선도 계속해서 더해지고 있는데요.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두 차례나 현장 근처를 지나갔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걸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치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평소와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수준이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미 112 신고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4시간 전부터 접수되지 않았습니까?

빗발치던 상황이었던 만큼 박 구청장의 발언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분석이 나오고요. 앞서도 구청장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에는 사과했습니다.

[앵커]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아까 김백겸 경사가 자책하고 후회된다는 말을 거듭했는데 대비되는 대목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사회1부 송재인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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