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동대 1개 부대, 참사 현장 인근서 대기만 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기동대 1개 부대가 서울 용산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야간 대기 중이었으나 질서 유지 등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초구에는 집회·시위가 없었는데도 기동대 2개 부대가 배치됐다. 경찰이 애당초 13만명의 인파가 몰린 핼러윈 데이의 군중 밀집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10월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되는 집회·시위 대응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동대 3개 부대를 투입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대기하는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당일 대통령실이 인접한 전쟁기념관 앞에 신고된 집회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발족식 집회, 대학생 기후행동 행진, 미국은손떼라서울행동 대북적대 군사행위 중단 반미 집회, 나라지키미 대한민국 안보 수호를 위한 집회 등 총 4개였다. 이들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총 270명으로 모두 오후 8시 이전에 끝날 계획이었다.
전쟁기념관 앞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된 기동대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였다. 그러나 3개 부대가 광화문 집회 대응에 동원되면서 경기 지역 관할 경찰청 소속 기동대가 용산 지역 집회에 대응했다.
문제는 오후 8시 이후 야간조로 편성된 기동대 1개 부대가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했음에도 핼러윈 현장에 파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에 압사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처음 들어온 것은 오후 6시34분이다. 당시 신고자는 “사람이 밀려와 압사당할 것 같다”며 “경찰이 통제해서 인구를 빼줘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신고가 참사 전까지 계속됐는데,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알았다면 기동대를 출동시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경찰서 교통과가 운영하는 교통기동대도 현장에 제때 투입되지 않았다. 참사 현장을 지휘한 용산서 소속 경찰관은 당일 오후 7시30분에서 8시 사이 본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집회 현장에 있는 교통기동대 20명을 빼서 미리 배치해야 한다”고 긴급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서 관계자는 “아직 집회가 끝나지 않아 움직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교통 기동대는 오후 9시30분이 돼서야 현장에 투입됐다.
반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에는 집회·시위가 없었음에도 기동대 2개 부대가 배치됐다. 이곳에 배치된 73·62기동대는 오전 8시부터 거점 근무를 한 뒤 오전 11시쯤 교체됐다. 교체 투입된 경기남부청 소속 2012·2013 기동대는 도심 집회가 끝날 때까지 서초구에서 대기했다.
이처럼 유휴 인력이 있었는데도 정부는 마치 경력이 집회·시위에 총동원돼 여유가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핼러윈 축제 현장에 배치할 인력이 부족했다는 취지였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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