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해이, 무너진 보고체계 ‘총체적 난국’…경찰, 감찰·수사 ‘속도’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용산경찰서장 수사의뢰
총경 2명 감찰→수사 전환…청장 등 윗선 확대 가능성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후 속속 드러난 경찰의 기강해이와 무너진 보고 체계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감찰을 통해 총경급 간부 2명의 업무 태만 등을 확인했으며, 이들을 대기발령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애초 주최 측 없는 행사라며 ‘불가피한 사고’라고 했던 정부 책임자들의 항변과 달리 이번 참사는 당국의 안전불감증과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인재’였단 정황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국민 안전치안 수호자’인 경찰의 ‘책임론’이 두드러지면서 수사는 경찰 수뇌부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이번 참사에서 총경급 경찰 간부들의 직무 태만과 지휘 부실, 보고 지연 등을 감찰을 통해 확인했다. 참사 발생 4시간가량 11건의 ‘압사’ 위험과 통제 요청 신고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긴급한 상황을 지휘해야 할 현장 책임자들이 태만해 수뇌부에 늑장보고로 이어졌단 것이다. 경찰의 기강해이와 무사안일주의로 대형 참사가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총경은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를 지연한 사실이 감찰에서 확인됐다. 참사 당일 이 총경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경비 관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집회 관리와 대통령실 경비에 집중하느라 참사 상황을 간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청은 “사고 당일 용산경찰서 관할인 삼각지 인근에서 열린 집회를 포함해 서울지역에서 개최된 모든 집회는 오후 8시30분경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참사 당일 현장을 책임졌던 경찰 간부들의 늑장보고 탓에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2시간 가까이 상황 파악조차 못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커졌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 총경으로부터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11시36분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인지했다. 윤 청장은 참사 발생 후 1시간59분이 지난 이튿날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파악했다.
경찰청은 이러한 책임을 물어 류 총경을 대기 발령하고 후임에 백남익 총경을 발령했다. 전날에는 이 총경을 대기 발령하고 후임에 임현규 총경을 전보했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청장과 14만 규모 경찰 수장인 윤희근 청장에 대한 감찰도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별감찰팀은 김 청장을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필요 시에는 수사 의뢰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감찰팀의 수사 의뢰 등으로 특수본의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수사 결과 심각한 업무 태만이 확인되면 책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혹은 직무유기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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