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멀다" 경고에 또 '킹달러'...연말 환율 1400원 맴돈다

유효송 기자 2022. 11.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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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은행 본부에서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MO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에 피봇(통화정책 기조전환) 기대감이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3거래일 만에 1420원대로 마감했다. 미국이 더 '높고 오래' 고(高)금리 상태를 끌고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달 한 번 남았지만 미 연준의 금리 결정 기회는 오는 12월까지 한 번 더 남아있다. 결국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연말까지 환율이 14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불안한 국내 자금시장 상황과 무역수지 적자 등에 비춰보면 미국의 정책 전환 없이는 추세적인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준은 2일(현지시간)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탭(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FFR)는 기존 3%~3.25%에서 3.75%~4%로 올라섰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3%)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p)로 확대됐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연준이 다음달 빅스텝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는 커지고 이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23.8원 마감했다. 이날 전날보다 7.9원 오른 1425.3원에 출발한 환율은 10원 넘게 오르며 1428.3원까지 상승했지만 오후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환율이 142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31일(종가 1424.3원)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전 거래일 대비 0.628% 오른 112.1 선을 기록했다.

연준의 이번 회의 결과는 대체로 시장 예측에 부합했지만, 시장은 기준금리를 당초 연준이 제시한 수준(4.6%)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말에 주목했다. 또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매파적(통화긴축선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비춰볼 때 당분간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400원 전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 9월부터 950억 달러씩 양적긴축(QT)에 나서고 있어 긴축 여파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속도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직전 장중 고점 수준이었던 1440원대를 넘어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율도 연말까지는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한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서만 491억117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 당국이 환율 쏠림 현상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등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 결과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시진핑 3기' 출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원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만큼 장중 위안화의 향방에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내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크레디트(신용)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외화조달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올해 경기는 내수가 이끌어왔지만 이마저도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단기적 효과일 수 있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속도를 낮춰서 유지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이상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내외 불안 요인이 하나라도 터진다면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도 장담하지 못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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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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