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화성-17형 발사하며 연일 고강도 무력 시위···한·미, ‘비질런트 스톰’ 연장
조만간 추가 ICBM 시험 발사나 7차 핵실험 가능성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5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전날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탄도미사일 등 20여발의 각종 미사일을 동·서해상으로 쏟아낸 데 이은 연속 고강도 도발로 군사조치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북한의 도발이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오는 4일까지였던 연합공중훈련을 연장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이에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1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다. 이날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정상비행을 하지 못한 채 소실됐다.
군은 이 미사일이 북한의 최신 ICBM ‘화성-17형’인 것으로 보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올해 들어 6차례 ICBM을 발사했다.
북한은 오전 8시39분쯤에는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SRBM 2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 약 330㎞, 고도 약 70㎞,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다. 최근 잇달아 북한이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나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보인다.
전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이날 ICBM 발사까지 실시하면서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NLL 인근에서 9·19군사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등 남측을 주로 겨냥한 데 이어 사거리 1만5000㎞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ICBM으로 미국을 향한 압박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한국과 미국 공군은 이날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질런트 스톰은 지난달 31일 시작해 당초 오는 4일 끝날 예정이었다.
공군은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현 안보위기 상황 하에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현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종료 시기 등 세부 내용은 한·미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북한 도발은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것이어서 한·미의 훈련 연장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도발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 연장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박 부위원장의 담화 직후인 오후 9시35분쯤부터 14분간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북한이 향후 이날 실패한 ICBM 추가 발사나 준비를 마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속적인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했던 2017년 당시와 비슷하다.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2017년 7월 ICBM 화성-14형 시험발사를 한 뒤 8~9월 화성-12형을 두 차례 발사하고 9월에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 해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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