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 국민이 재난 경험자...가장 피해야 할 말 "그만 잊어버려"

김창훈 2022. 11.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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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새도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본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로와 사회적 지지를 전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한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국민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재난 경험자다.

또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누구나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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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트라우마 우려, 사회적 지지 필요한 시기
"일방적 충고, 자신의 경험 설명 등은 도움 안 돼"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합동분향소 인근에 이태원 참사 관련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마음안심버스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그날 밤새도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본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충격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이제 뉴스만 접해도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집니다.
40대 남성 김모씨

한순간에 156명이 희생된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만 수천 명에서 최대 1만 명, SNS 등을 통해 여과 없이 확산한 영상과 사진 등으로 참사를 간접 경험한 사람을 헤아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겉도는 위로,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비수가 돼 꽂힐 수 있는 민감한 시기다. 전문가들은 위로와 사회적 지지를 전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3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에 따르면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재난 경험자'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직접적인 재난 피해자와 그들의 친구, 가족, 동료를 비롯해 경찰과 소방, 의료인 등 지원인력도 재난 경험자에 포함된다. 또한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국민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재난 경험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질문지. 3점 이상이면 심한 수준이라 추가적인 평가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캡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재난 경험 뒤 일반적인 반응은 △충격 △공포 △불안 △신경질적인 반응 및 분노 △슬픔 △우울함 △무기력감 등이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감정을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트라우마센터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 많은 사람들이 비탄에 빠져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감정들은 보통 몇 주에 걸쳐 조금씩 나아지는데, 이 시기에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되 상대의 반응과 대처 방안을 존중해야 한다.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도움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의료인 등과의 상담을 제안해야 한다.

"금방 좋아질 거야" "그만 잊어버려" "그나마 운이 좋았어" 같은 말은 피해야 한다.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경험만 나열하거나 일방적으로 충고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억을 안 하려고 해도 저절로 떠올라 고통스러운 게 트라우마"라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인데 잊으라고 하는 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감이 중요하고, 내가 어떤 경우에도 옆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지지를 제공할 때 피해야 할 말 사례.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캡처

보건복지부도 집단 트라우마를 우려해 서울의 합동분향소 2곳에 우선 설치했던 '마음안심버스'를 6대로 늘려 대전과 광주 등에 추가 배치했다. 향후 각 지자체 합동분향소 등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신건강 전문의와 전문요원이 탑승한 마음안심버스는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측정, 개인 상담 등을 제공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는 물론 일반인도 상담이 가능하다. 또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누구나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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