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색 강화한 연준···속도는 늦춰도, 천천히 그리고 더 높게
“연준이 적절한 금리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이 제약적 구간으로 깊숙이 진입함에 따라 이제 금리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수준(how high)과 지속기간(how long)이 중요하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수준은 높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내놓은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그간 시장에서 품어왔던 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를 무너뜨렸다. 시장에서는 현재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적어도 5.0%, 최고 5.5%까지 높여잡았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하면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는 ‘앞으로 금리인상 속도는 좀 늦추되, 금리 수준은 천천히 더 높여 섣불리 완화로 돌아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가가 잡히는 상황이 지표로 확인될 때까지 섣불리 정책을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차 연준의 정책변화 시점에 접근 중이지만, 이러한 기대가 지표로 확인되기까지 시간과의 싸움이 남아있다”고 해석했다.
우선 연준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향후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열었다. 정책결정문을 통해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누적된 통화긴축의 효과가 경제활동 및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 둔화를 논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12월에는 연준이 빅 스텝(한번에 0.5%포인트)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연준은 ‘속도 조절’이 곧 ‘정책 완화’로 인식되지 않도록 시장의 기대를 꺾는 것에 집중했다. 여전히 긴축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갈 길이 남아 있고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려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연준 기자회견에서의 속도 조절 시사가 시장의 성급한 ‘연준 피봇(pivot·방향 전환)’ 기대를 유발하면서,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8~9월 중 금융시장의 충격이 확대됐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최종 금리 수준 상향을 시사하면서 투자은행(IB) 등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최고 5.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당장 씨티는 “파월 의장이 과소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긴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힌 점 등을 볼 때 연준이 올 12월과 내년 2월 각각 0.5%포인트, 내년 3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하여 최종금리가 5.25~5.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12월 0.25%포인트, 내년 1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후 멈출 것으로 전망하지만,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을 경우 (금리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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