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감백신 시장 ‘왕의 귀환’ 앞두고 ‘긴장’

김양혁 기자 2022. 11. 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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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올인’
실적 악화로 내년부터 독감 백신 생산 재개 발표
선두 빠진 독감 백신 시장 GC녹십자 최대 수혜
독감 백신 실적 1400억→2000억 ‘껑충’
“내년 공급사 늘어 경쟁 심화 전망”
SK바이오사이언스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 /SK바이오사이언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올인’하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부터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이던 2020년 국내 독감 백신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백신 생산에 주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실적이 악화하며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1위 자리가 빈 틈을 노려 혜택을 본 국내외 독감 백신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재개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공급에 들어가기로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한 지 2년 만이다.

스카이셀플루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이다. 독감 백신은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종류 개수에 따라 3가와 4가로 구분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한 백신으로 평가를 받는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류와 B형 바이러스 1종류에 대응하는데 4가 백신는 여기에 B형 바이러스 1종류가 더해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생산 재개에 나선 것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3분기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영업이익은 79% 뒷걸음질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줄어들며 백신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4가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왼쪽)와 녹십자 4가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주’. /각 업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0년 스카이셀플루를 앞세워 국내 독감 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가 자체 추정한 점유율은 31%에 이른다. 같은 해 스카이셀플루를 포함한 백신으로만 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66% 차지하는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시장으로 방향을 돌린 사이 선두 주자가 빠진 시장은 나머지 국내외 업체들이 채웠다. 식약처는 올해 약 28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약 2500만명분)보다 300만명분이 늘어난 것이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는 GC녹십자로 꼽힌다. 2020년 1400억원 규모였던 독감 백신 생산 실적이 지난해 2000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GC녹십자는 독감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해 기존 화순공장과 함께 오창공장에서도 생산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는 정부가 진행하는 국가예방접종 물량 절반가량을 따내기도 했다.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정부가 영유아와 임신부, 노년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지원하는 국가 지원 사업과 이들 연령층을 제외한 인원들이 병원에서 돈을 주고 맞는 유료 사업으로 구성된다.

올해 기준 국가 지원 사업 물량은 총 1066만5090도즈로, 1059억원 규모이다. GC녹십자가 496만5090도즈로 가장 많으며, 사노피파스퇴르(220만도즈), 보령바이오파마(180만도즈), 한국백신(170만도즈) 등의 순이다. 녹십자는 지난해에도 약 400만도즈의 독감 백신을 공급한 바 있다.

정부는 예정가격(1만807원) 이하로 단가를 제시한 업체 중 최저가격순으로 수량을 배정해 결정한다. GC녹십자는 낙찰 업체 중 1만700원을 제시해 가장 높은 금액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 받았다. 최저가는 1만433원을 제시한 사노피파스퇴르였다.

유료 접종 시장은 정부 지원 사업보다 수익성이 더 좋다. 서울 내 병원에서 독감 백신 가격은 3만~4만원대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방역 당국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독감유행주의보를 발령해 독감 백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공급 업체가 늘어나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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