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상화 속도 내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중남미 좌파 연대 시동 걸리나

정원식 기자 2022. 11. 3. 16: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관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사상 첫 좌파 정권이 출범한 콜롬비아가 한때 단교까지 치달았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브라질 대선 결과 중남미 경제규모 상위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서 모두 좌파가 집권하면서 좌파 정권들 간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콜롬비아 경제지 포르타폴리오는 오는 7일부터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오가는 항공노선이 2년 만에 다시 열린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타-카라카스 노선은 지난 10년 사이 양국 관계 악화로 크게 축소됐다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바 있다.

항공노선 재개는 지난 8월 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양국 간 관계 개선 조치 중 하나다. 지난 9월26일에는 2015년 이후 7년간 중단됐던 양국 간 국경 육상물류 운송이 재개됐다.

지난 1일에는 페트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해 마두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교역과 안보 협력 강화, 적극적인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중남미에서 오랫동안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콜롬비아 대통령이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카라카스로 날아가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우파의 보루’로 불렸던 콜롬비아는 그동안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 움직임에 충실히 협조해왔다. 베네수엘라는 2019년 당시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정권이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자 콜롬비아와 단교했다. 두케 전 대통령은 같은해 연설에서 마두로 정권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콜롬비아 무장세력 민족해방군(ELN)과의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마두로 정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ELN 세력 일부는 마두로 정권의 묵인 하에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제재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완화하는 데 콜롬비아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는 각기 2020년과 지난해 좌파 정권이 출범한 뒤 베네수엘라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역시 좌파가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도 올해 초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밝혔다.

이념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중남미 좌파 정권들의 협력적 분위기는 지난달 30일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브라질 대선 승리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룰라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양자 협력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다음날 곧바로 상파울루로 날아갔다. 그는 룰라 당선인을 만나 “라틴 아메리카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축하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지출 삭감 압력, 고조되는 국가부도 위기 등을 고려할 때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룰라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2000년대 1차 핑크 타이드와 달리 현재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이질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정치평론가 길례르미 카자로이스는 AFP통신에 “지금의 중남미 좌파 정부들은 서로 매우 다르다”면서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에는 권위주의 정부가 있고, 멕시코에는 좌파 포퓰리즘 정부가 있다. 그리고 칠레와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정부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