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재용의 결단…'이태원 참사' 기부금 50억 결정에 기업들 '고민'

장유미 2022. 11. 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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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위 삼성 발표에 주요 그룹들 '눈치싸움'…가장 먼저 분향소 간 현대重, 10억 기부

[아이뉴스24 장유미,양호연,구서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지원하고자 삼성 계열사를 통해 수십억원을 기부키로 하면서 주요 그룹들이 고민에 빠졌다. 통상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기부 계획을 발표하면 다른 기업들이 기업 규모별로 기부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따랐지만, 최근 경기 악화에 다음 달 연말 성금까지 앞두고 있어 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삼성전자는 3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중 사단법인 전국재해구호협회에 4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삼성 관계사들도 10억원을 기부해 총 기부금은 50억원이 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얽혀 비난을 받은 이후 기부금 운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10억원이 넘는 기부금, 출연금 등을 낼 때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이태원 사고 관련 지원 및 사회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성금"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후 다양한 형태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핼러윈 관련 제품 체험 행사를 중단한 데 이어 당분간 상품 프로모션 이벤트 등 마케팅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지난 1일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창립 53주년 기념식과 이날 개최된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창립 기념식은 당초 계획한 내부 축하공연을 취소하는 등 규모를 최소화했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명의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은 국가 애도 기간 동안 희생자 추모에 함께 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을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진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다른 주요 그룹들도 예정됐던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국가 애도기간 임직원들에게 회식 자제를 주문하는 등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삼성이 기부금을 내놓자, 각 그룹들도 내부 검토를 통해 잇따라 기부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 오너 중 가장 먼저 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이 회장에 이어 곧바로 '이태원 사고' 지원 성금 10억원을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기부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중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기탁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과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이번 성금이 이태원 사고 지원 및 심리치료 및 안전교육을 포함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서울 양재동 본사와 연구소, 공장 등 국내 사업장에 조기를 걸고,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까지 그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로고를 검은색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4일로 예정된 장애·비장애 예술인 합동 콘서트 '함께'의 오프닝 공연도 취소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직접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정 회장은 "(고인들이) 편안한 곳으로 가시기를 바라며 부상자들이 빨리 회복하시기 바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희생자 지원 계획에 관한 질문에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 사장 등 포스코 경영진과 함께 서울 강남구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또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정문에 조기를 게양했고, 1일 오전부터 대외 홍보 채널인 포스코뉴스룸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애도 문구를 게시했다. 전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친환경 소재 포럼 2022'에서도 행사 전에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도 지난달 31일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최 회장은 조문록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모든 분을 추모하고 쾌유를 바란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LG는 그룹 페이스북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LG그룹은 "이태원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함께 '#prayforitaewon' 해시 태그를 달았다. LG전자는 '씽큐(ThinQ) 방 탈출 카페'에서 진행 중이던 핼러윈 관련 이벤트를 취소했다.

SK하이닉스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애도를 표하며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안전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일은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라며 "이번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과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작업 환경에서의 안전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안전 의식도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명심해주길 바란다"며 "오늘도 모든 현장에서 안전하게 업무를 진행해주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LG그룹]

주요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고려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3명 등 총 326명의 인명피해가 이번 일로 발생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이 화재나 수해와 같은 재난상황은 물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십시일반으로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며 "삼성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면서 조만간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들도 성금 기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국민성금 모금의 일환으로 기업들의 성금 기탁 창구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통일된 바 있다. 당시 기부금은 삼성그룹 150억원, 현대차그룹 100억원, SK그룹 80억원, LG그룹 70억원 등 단일 목적 기부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업 기부금과 일반 국민 기부금을 포함해 총 1천141억원의 성금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및 생존자 가족, 구조활동 중 사망한 민간잠수사 등에게 지급했다. 나머지 435억원은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사업에 사용했다.

다만 이번 일과 관련해 현재까지 삼성, 현대중공업 외에 기부금을 결정한 곳은 없다.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신세계, CJ, 한진, 두산,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효성 등 주요 그룹에 확인한 결과 연말 기부금 외엔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다음달에는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상당한 금액을 또 기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많아 일부 기업들은 이번에도 기부를 할 지 눈치를 보는 듯 하다"며 "통상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기부 계획을 발표하면 다른 기업들이 기업 규모별로 기부액을 정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는 점에서 삼성의 이번 기부액을 기준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할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양호연 기자(hy@inews24.com),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사진=김성진 기자(ssaj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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