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녹아있는 웹툰 … 수십년 후에도 인기 있길"
섬세한 그림에 소설 수준 스토리
'한국형 오컬트 장르 수작' 꼽혀
中 번역 이어 애니메이션도 확정
남쪽 먼바다 해말섬. 이곳 아래에는 한반도에서 유일한 '지맥(地脈)'이 있다. 지맥은 모든 음양 조화와 도리를 유지하는 '땅의 목숨줄'이다.
천년 세월을 산 악귀 '백면'은 이 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먹고 자라면서 나라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키워간다. 제물로 바쳐진 것은 이 섬의 아이들이다. 악귀의 사술에 홀린 부모들은 아이들을 선뜻 제물로 내놓고, 자신들은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백면의 악심은 '천년고'라는 괴수(怪獸)로 완성됐고, 그것이 땅을 파고들어 지맥을 건드린다.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해말섬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섬이라며 무어도(無漁島)라고 불리게 된다.
백면의 악행을 막기 위해 만신(무녀) '서연화'와 그의 친구 '유칠성'이 섬에 터를 잡는다. 그들은 평생 섬에서 살며 백면의 계획을 잠재우려 한다. 그들의 곁에는 연화의 손녀 '도미래'가 있다. 연화는 자신의 스승 '바리만신'이 잃은 '명부록'이 섬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미래에게 말한다. 미래는 섬을 구할 수 있는 열쇠인 명부록을 찾아올 수 있을까.
"한 사람이 강 너머에 가기 위해 험한 강을 건너야 했어요. 그 사람은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넜고, 그토록 바라던 강 너머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자신이 정성 들여 만들고 험한 강을 건너게 해준 배를 버리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은 강을 건넜지만 그 강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작은 집착을 이기지 못하면 더 큰 것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주는 내용이에요.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 미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그림과 이야기를 만드는 구아진 작가(37)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승목(乘木)' 11화에 언급한 '금강경'의 내용을 꼽았다. 이 작품이 철학적 요소를 세세하게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008년 '구아바'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구 작가는 '빠삐냥' '연' 등을 연재하며 섬세한 작화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으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작품은 웹툰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수작'으로 꼽힌다. 무속과 도교, 불교 등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3대에 걸친 무당집의 이야기를 대하소설 수준의 완성도로 풀어냈다.
"원래 철학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웹툰을 그리다 보니 철학에 녹아내렸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소재를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편은 아니거든요.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고 그다음에 어울리는 소재가 나타나는 식으로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그래서 너무 깊게 들어가다 보면 종종 한계가 느껴지기도 해요."
이 작품은 지난달 '2022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으며 작품성과 인기를 동시에 입증했다. 2020년 6월에는 연재 3개월 만에 중국어(간체)로 번역돼 해외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결정되면서 지식재산권(IP)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아직 해외 독자분들이 있다는 게 체감되지는 않아요. 그래도 동양 전통 소재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약 3년간 2개 시즌 117화를 연재하면서 이미 장편 웹툰으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 더 풀어낼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결말까지 모두 완성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자료와 대사는 마감 날까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편이에요. 그러는 이유는 20년이 흘러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촌스럽지 않은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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