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경색이 불러온 증권사 M&A루머…어수선한 증권가
구조조정 우려 속 M&A 속도 관측
우리금융 등 피인수 후보에 관심
증권가가 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부도나 매각설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실체 없이 루머로만 떠돌던 증권가 M&A(인수·합병)설은 메리츠금융그룹이 실제 메리츠자산운용 매각을 추진하면서 더욱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 수협 등 금융사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피인수 대상이 될 회사를 점치려는 분위기까지 가세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그룹은 계열사인 메리츠운용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 100% 자회사인 메리츠운용은 국내 대표 가치투자가로 꼽히는 존 리 전 대표 취임 이후 성장에 속도를 낸 회사다. 올해 상반기 존 리 전 대표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앞서 존 리 전 대표는 지난 6월 아내 명의로 지인이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에 투자하고, 해당 업체 상품을 메리츠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편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전 대표는 차명 투자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소명을 마쳤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서는 제재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마침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시기인 만큼 메리츠운용이 매각된다는 소식은 시장에 혼란을 더했다. 지자체가 채무 보증을 약속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채권 시장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증권가 안팎에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거나, 매각된다는 소문이 확산된 배경이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등과 협력해 증권사의 자금 경색 관련 루머에 대응하는 합동단속반까지 가동한 상태다. 일부 증권사는 직접 단속반에 회사 관련 내용을 신고하기도 했다. 지라시(정보지)를 통해 근거 없는 매각설이 확산하면서 회사 평판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악성 루머나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불안감이 끊이질 않으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우리금융지주와 수협중앙회의 증권사, 운용사 인수합병(M&A)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안에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만큼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협의 경우 지주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밝힌 장기간 계획에 인수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업계에선 현재 경기가 좋지 않고 불안정한 만큼 M&A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로 향후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도 대신 매각을 선택하는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등 원매자의 취지에 부합하는 회사가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캐피탈, 우리종금 등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1조원대 규모 중형 증권사 인수를 목표로 하는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지주사로, 지난달에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증권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수협은 2030년까지 지주회사 SH금융지주(가칭)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운용사를 일차적으로 인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당장 마땅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중소형사나 외국계 증권사가 있지만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이 강한 증권사를 인수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 취지에 딱히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오너 체제거나 PF 비중이 높은 회사들인 만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일 리서치 및 법인본부를 폐지하기로 했다. 부서가 폐지되면서 소속 임직원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는 게 케이프투자증권 측 설명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자금 경색 우려와 실적 부진 등이 맞물리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메리츠운용 인수전에는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강성부펀드, 유럽계 자본 등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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