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이태원 경찰관 "한 분 더 못살려 죄책감에도…돌아오는 건 질타 뿐"

이진혁 2022. 11. 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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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저희들은 한 분이라도 더 구조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뇌부는 심신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고강도 감찰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건 질타뿐입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섰던 이태원 파출소 소속 A씨는 3일 내부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태원 파출소는 대기 근무자 없이 최대한의 가용경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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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이태원 파출소 근무 경찰관 단독 인터뷰
경찰 수뇌부, 심신 추스릴 시간 없이
고강도 감찰…질타만 돌아와
신고 11건 누락 사실과 달라
"이태원 경찰 긍지 짓밟혔다"
3일 서울 용산구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위치한 이태원파출소/사진=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현장의 저희들은 한 분이라도 더 구조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뇌부는 심신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고강도 감찰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건 질타뿐입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섰던 이태원 파출소 소속 A씨는 3일 내부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경찰청의 감사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후 파출소의 모든 직원이 현장으로 뛰쳐나와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구조에 나섰다"며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마치 우리가 미흡해서 생긴 일이라고 치부해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당시 파출소 인력으로는 효율적인 도로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20여명의 파출소 인력으로 교통정리, 강제추행, 불법촬영, 마약 신고 등 모든 것을 다 감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핼러윈 데이를 맞이해 최대 인력의 파출소 경력으로도 역부족인 상황이라 기동대 인력을 보충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이태원 파출소는 대기 근무자 없이 최대한의 가용경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압사 사고 전 11건의 신고를 일부 누락했다는 점도 사실과 조금 다르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보통 신고가 들어오면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하나로 묶어 한 건으로 처리한다"며 "사건 당일 21시 전후에 신고가 몰려 그 일대를 한꺼번에 출동했다"고 해명했다.

'압사'에 미온적 대응을 했다는 지적에도 현장 경찰관이 대응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장에서 볼 수 없는 골목길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위험 상황에 사전 고지가 있었다면 대비가 용이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참사 당일 그런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참사 당일 파출소 근무일지에 핼러윈 관련 지시와 함께 사고 지역 순찰이 없었다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A씨는 "동료들과 이를 보고 씁쓸한 헛웃음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파출소 근무일지는 근무 거점만 표기될 뿐 세세하게 특정 지역을 방문했다는 기록을 남겨두지 않는다"며 "참사 당일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 근무일지를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남길 수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A씨는 경찰 지휘부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했다. 그는 "이태원 파출소는 치안 수요가 폭주하는 곳인 만큼 모두가 이태원에서 일한다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태원 경찰로서의 긍지는 짓밟혔고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로 낙인찍혔다. 부디 경찰 지휘부는 올바른 판단을 해달라"고 울분을 표했다.

A씨는 "책임 여하를 불문하고 서로 떠넘기기식으로만 사후처리와 조사가 진행되는 점이 제일 안타깝고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3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에서 경찰관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사진=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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