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 vs 與 "수사권도 없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3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다. 면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거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또 한차례 충돌을 예고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다음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당초 여야는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와 별개로 오는 10일 본회의를 개의하는 내용의 정기국회 의사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안일한 경찰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대응, 늑장 보고, 민간 사찰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국정조사)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진정한 추모는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밝히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내 의원 연구모임인 더미래(더좋은미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국정조사특위를 조속히 구성하고 정부 여당은 이에 협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직무 유기와 책임 떠넘기기에만 관심을 두는 현 정부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장들이 있는 이상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강훈식 더미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안 하면 어떤 문제를 할 것인지 되물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물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정조사나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의 책임이 분명해진 만큼 즉각 파면하기 바란다"며 "그것이 참사 수습을 위한 최소한, 최우선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이 먼저 제안했던 만큼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국민의힘도 애도 기간이 끝나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집중한다는 메시지다. 당내에선 이번 참사와 관련 비판 목소리가 경찰에 쏠리면서 결과적으로 면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와 관련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당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내 일각에선 애도 기간 후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조치를 주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윤 대통령의 사과 및 전격적인 인사 가능성을 주목하는 한편 이와 무관하게 진상 규명을 위한 목소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시민들의 절박한 112신고에 부실 대응한 경찰이 정부의 부담요인을 관리하겠다며 기민하게 여론동향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다"며 "이태원 참사 여론 동향 문건의 최종 수신자는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찰을 못 믿겠다면서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인가"라며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개정하는 것이 국정조사보다 먼저"라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사법 체계를 무너뜨린 검수완박 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며 "민주당이 169석으로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인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막이'에 급급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은 총 7건의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매번 거절했다. 그때마다 민주당이 앵무새처럼 했던 말이 '수사 중인 사안'이었다"며 " "1999년 옷 로비 사건 국정조사로 밝혀진 것은 고(故) 앙드레 김 선생님의 본명이 김봉남이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전부였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검수완박법을 바로잡는 게 먼저"라며 "70여년 간 대한민국의 대형비리,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의 손발을 묶어두고 진실을 규명하자고 하면 누가 믿겠냐. 경찰이 제 식구를 수사하는 사법체계를 그대로 둘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5일까지 애도 기간이고 사태 수습이 우선인 점, 수사가 진행되고 다음주 월요일(7일) 행안부 긴급현안질의가 예정된 점 등을 고려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 후 수용 여부나 범위, 시기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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