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자제하자’던 국민의힘, 민주당에 반격···“선동질” “후안무치”

정대연 기자 2022. 11. 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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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애도기간 동안 정쟁을 자제하자던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참사 당일 경찰 신고 속기록 공개 후 민주당에서 정부 책임론이 거세진 것과 북한이 수위 높은 무력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다. 야당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민주당이 요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면서 “경찰을 못 믿겠다며,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169석 의석으로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이냐. 민생은 방기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트 방탄막이에 급급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정권의 비리를 덮을 의도로 강행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경찰 조직의 권한 확대에만 몰두하며 지난 정권에 밀착했던 일부 정치경찰의 행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민주당과 ‘정치경찰’에 돌리는 듯한 발언이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민주당이 경찰의 셀프 수사를 믿을 수 없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대형사고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 사람이 누구냐”며 “셀프 수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정말 너무 후안무치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북한이 연이틀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신기루와 같은 종전 선언에 집착했고, 김정은에게 핵 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 통탄할 노릇”이라며 전 정부를 탓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민주당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발언을 극도로 피해오던 주호영 원내대표마저 이날 경찰의 참사 부실 대응을 언급하면서 “지난 정권 경찰이 너무 정권과 밀착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SNS에서 “자신을 둘러싼 온갖 비리 의혹으로 죽상이던 이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이라며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난하며 “선동질” “허접한 잡설” 등 거친 표현까지 동원했다.

지난 1일 경찰이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사고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민주당의 정부 책임론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 2일에는 북한이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금은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정 위원장)이라며 정쟁 자제를 촉구하던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재개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앞서 국민의힘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고 주장했을 때도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탈원전 정책과 대북 정책을 소재로 야권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같은 날 윤상현·조경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권주자들도 북한 도발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이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는 오는 5일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뒤 야당 공세가 거세질 것에 대비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반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경찰을 넘어 윤석열 정부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 처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민주당이 6일부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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