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때 평화의 길목이었는데"…긴장감 도는 동해안 최북단 마을
안전 위협에 생계 차질까지…한때는 붐볐던 도로 휑한 모습만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 "이북 쪽에서 포격 소리가 나는데, 이번엔 상당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긴장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때 '평화의 길목'으로 불렸던 강원 동해안 최북단 마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3일 오후 강원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한때 금강산으로 가는 버스들이 줄을 서던 곳이다.
약 70가구 300여명밖에 살지 않는 민통선 인근 작은 마을이지만,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같은 날 오후 이어진 북한의 추가 포격 도발로 긴장감이 팽팽했다.
마을 끝 보이는 민간인통제출입선(민통선) 검문소에는 군용차량이 드나들었고,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은 낯선 이라도 방문할까 매서운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마을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동해안에서 민간인이 닿을 수 있는 최북단 마을이다.
이에 주민들은 인근 군부대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군사훈련이나 약간의 긴장상황 정도에는 눈썹 하나 움직이질 않지만 최근 이어진 북한의 도발, 특히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오후 이어진 추가 포격에 상당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김영수 명파리 노인회장은 "어제(지난 2일) 2시쯤 됐나 이북에서 포 소리 계속 들리더라"며 "우리는 간성 쪽에서 포 소리만 나도 (우리 군 훈련인 것을)아는데, 이북에서 들리는 게 상당히 심각하더라"고 말했다.
현내면 주민 한명철씨도 "오후 1시 30분 정도였나, 금강산콘도(현내면 마차진리)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두두두두하는 사격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며 "굉장히 큰 소음이 수분 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
안전만큼이나 큰 문제는 바로 생계다.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3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은 동해안 최북단 어장인 저도어장에서 조업을 하거나 민통선 내에서 농업에 종사한다.
실제 전날 북한의 도발로 올해 막바지 조업이 한창이던 저도어장이 폐쇄돼 어민들이 철수하기도 했다.
저도어장은 같은 날 오후 8시를 기해 재개장, 이날 고성지역 어선 75척이 다시 조업을 시작한 상태지만 민통선 내 농업인 출입은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겨울 배추, 무 등 채소를 관리해야 하는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주민은 "벼를 수확한 뒤에 이런 일이 터져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내일 전방 쪽 기온이 크게 떨어진다는데 무도 관리해야 되고 깨도 빨리 털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호소했다.
지역주민의 또 다른 생업인 안보관광 역시 이번 사태로 전면중단돼 그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주민 A씨는 "금강산 관광이 10여 년 전 중단되면서 사실상 손님 장사는 의미 없다"면서도 "그나마 통일전망대 방문객들을 상대로 밥 팔고, 담배 파는 것이 고작인데 이마저도 막혀버렸다"고 말했다.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라 운영을 중단했던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는 이날도 문을 닫은 상태.
실제 이날 찾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는 임시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안내요원은 임시휴관을 모르고 찾아오는 방문 차량을 돌려보내기 바빴다.
동해안 최북단 대표 관광지인 통일전망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등을 이유로 재작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하루 1500명, 주말의 경우 하루 2500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최근 북한 도발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안보관광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일 오전 9시 개장 이후 50여명의 방문객이 고성통일전망대를 찾았다가 오전 9시30분 철수명령이 떨어지자 전망대 측은 이들 방문객을 황급히 철수시키고 환불 조치했다.
문화관광체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고성 DMZ평화둘레길 역시 이용이 무기한 제한되고 있다.
고성통일전망대 관계자는 "가을 들어 전망대 방문이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겨 전망대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군 측과 논의해 재개장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파리 상권 일대 역시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다만 이번 사태로 문을 급히 닫았다기보단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사실상 폐허로 변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수 명파리 노인회장은 "금강산 관광이 활발할 당시 왕복 2차로의 이 좁은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했다"며 "우리는 전쟁을 겪고 전방에 살아서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자꾸 이런 사태가 반복되니 힘이 든다"고 말했다.
한 때 '평화의 길목'이라고 불렸던 명파리 마을 도로. 김영수 노인회장의 말처럼 1시간이 지나도 차 한대가 지나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
한 주민은 "여러 불편함이 있지만, 이곳이 고향인데 쉽게 떠날 수 있느냐"며 "상황이 빨리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명파리 마을을 비롯한 고성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추운 날씨보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명파리 주민들의 가슴이 더욱 추워보였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무인사진관서 성관계한 커플…"바닥엔 체모·체액, 청소하는데 현타오더라"
- 연쇄살인마 유영철 "밤마다 희생자 귀신들 나와 잠 못자" 괴로움 호소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징역 7년 구형에 벌금 20억·추징금 15억
- 유비빔, 불법영업 자백 "무허가 식당 운영하다 구속돼 집유…죄송"
- "결혼식에 남편쪽 하객 1명도 안 와, 사기 결혼 의심" 아내 폭로
- 짧은 치마 입은 여성 졸졸 쫓아간 남성, 사진 찍고 차량 틈에서 음란행위
- "오빠~ 아기 나와요"…'최애 가수' 콘서트장서 출산한 여성 팬
- 김민희 "10년만에 이혼 밝힌 이유? 남자들 다가올까봐…지인 남편도 만나자더라"
- 로버트 할리, 콩나물더미 내팽개쳐…아내 명현숙 오열
- 지하철서 맞은편에 불빛 쏜 노인…"젊은 여성 상대로만 하는 듯"[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