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비명이 아직도…" 눈물 삼키는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들
"출동해있는데 근처에 다른 신고가 떨어졌대요. 그래서 현장을 가요. 그러더니 다른 신고가 또 떨어졌대요. 그래서 또 가요. 계속 반복이에요. 그런데 왜 최선을 안다했냐고 말씀하시면…"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 A씨)
"눈앞에서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떤 현장 경찰관이 미쳤다고 대응을 않겠어요. 경찰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그렇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파출소 직원들 전부 다 투입했어요."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 B씨)
"파출소 바로 앞이 이태원역 3번 출구인데, 사람들이 밀물 들이치듯 계속 들어와요. 신고 들어와서 직원이 출동해도 인파에 휩쓸려서 통제가 안 돼. 감당할 수가 없어요." (이태원 파출소 소속 C씨)
A씨는 기자를 자리에 앉히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파출소는 많은 대규모 병력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며 파출소 하나가 10만이 넘는 인파를 통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A씨는 "우리 파출소는 축제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신고에 주력으로 대비하고 일에 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12 신고 출동이 급선무인 파출소 임무에 맞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신고 유형에 대비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이태원 파출소는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요 시설과 동선을 체크하고, 근무 인원도 20명으로 늘렸다.
B씨도 "당시 파출소 직원들이 그날만큼은 고생하자며 휴무도 다 반납하고 상황에 대비했다"고 했다. B씨는 "파출소 자체적으로 모든 가용인원을 다 동원했다"며 "주간근무자도 근무를 연장하고 야간 근무자도 대기 근무 시간 자체를 없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기자에게 파출소 벽에 붙어있는 종이를 가리켰다. 지난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 이태원 파출소가 만든 지도였다. 지도엔 핼러윈 축제 간 혼잡이 예상되는 주요 진입로와 상권이 표시돼있었다.
A씨는 "지도에 표시된 부분 보면 사고가 일어난 장소만 이태원에서 위험한 게 아니다"며 "이태원 지역 곳곳에 좁고 경사진 위험 구간이 널려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역을 기준으로 이태원을 4등분 했을 때, 사고 발생 지역만큼 위험한 골목이 한쪽에만 7개나 있다"고 했다.
C씨도 창밖 골목을 가리키며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안 빠지고, 지하철역에서도 계속 올라와 모든 도로가 사람들로 차 있었다"며 "서로 밀고 몰려다니면서 다른 도로들도 다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사고 당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보다도,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더 힘들어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주친 직원들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가엔 눈물이 맺힌 채 파출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B씨는 "현장에서 제일 앞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 심폐소생술도 했는데, 많은 목숨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무력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B씨는 파출소 직원들 모두가 트라우마를 느낀다며 "잠도 잘 수 없고, 잠이 들어도 그때 상황이 떠올라 곧바로 깨버린다"고 말했다. B씨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얘기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A씨도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많은 사람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경찰관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너무 안타깝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던 상황 속 눈앞에서 사람들이 살려달라, 도와달라 하던 게 계속 떠오른다"고 미안함과 괴로움을 전했다.
직원들은 고강도 감찰과 수사를 하겠단 경찰청장 발언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B씨는 "정말 책임감 하나에 모든 걸 다 쏟았는데, 경찰청장 한마디에 일 안 한 직원이 돼버렸다"며 "직원들 심신은 괜찮은지, 현장 일선 경찰관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결해주겠다든지 같은 이야기가 먼저 아니냐"고 말했다.
A씨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건 맞지만 이걸 왜 일선 경찰관들 잘못으로 떠밀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장 대응이 미숙했던 게 아니라 대비가 미숙한 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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