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화 2년…‘로또 취업’이라던 자회사 3곳은 ‘구인난’을 겪고있다[현장에서]

박준철 기자 2022. 11. 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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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이용객들이 탑승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썰렁했던 인천국제공항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10월 하루 이용객은 7만∼8만명.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0만명에 비하면 40%도 안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는 겨울방학 등이 있는 동계 성수기에는 5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2020년 ‘정규직화’로 홍역을 치른 인천공항공사의 시설·운영·보안 등 3개 자회사 정규직 노동자들도 바빠졌다.

이들은 모두 2년 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로또취업’ ‘연봉이 5000만원이다’ ‘취업준비생 일자리를 빼앗는다’ 식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인천국제공항 자회사는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거치면서 달라진 것은 임금이 아니라고 말한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등의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환경미화원 A씨는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규직이 되면서 매년 썼던 근로계약서를 안 써서 좋고 추석과 설날에 상여금 등 복지혜택도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경력 20년이 넘은 A씨의 10월 임금은 250여만원으로,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230만원이었다. 그런데도 A씨는 “정규직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이었으면 코로나19 때 휴직이나 해고를 당했을 텐데 공항공사가 고용을 유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안검색요원 B씨는 “(인국공 사태 때) 로또취업이라는 말은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해 왜곡된 것”이라며 “실제로 근무하면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8번 게이트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본부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신입직원의 기본금은 190만원 가량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신입직원 중 33%는 근무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고 있다. 2년 전 정규직화 이후 올해 8월까지 자회사 3곳에서 신입직원 753명을 뽑았지만, 250명이 1년도 안돼 퇴사했다. 지난 6월까지 453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261명에 그쳤다. 채워지지 않은 자리는 기존 인력들이 대신하면서 업무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전환돼 정규직이 된 노동자와 공항공사 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크다. 정규직 전 용역업체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평균 임금+복리후생)은 3800만원 정도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9115만원의 42% 수준이었다. 올해 자회사 정규직과 공항공사 정규직 평균연봉은 각각 4521만원, 8450만원이다. 자회사 연봉이 공항공사의 53.5% 수준인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인천공항공사가 임금 총액 대비 12% 인상과 3조2교대인 근무를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처럼 4조2교대로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가 제대로 답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사와 조업사 등은 대규모 유·무급 휴직을 시행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1조7000억원 적자에도 자회사 직원 고용을 유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금 12% 인상 요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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