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말고도...여성관리자 향한 압박, 돌봄시간 남성의 '1.5배'

홍인택 2022. 11. 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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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아니오'다.

남성 관리자의 하루 평균 자녀돌봄 시간이 2.5시간인 데 비해, 여성 관리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3.7시간으로 약 1.5배였다.

남성 관리자 배우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4.7시간이었는데, 여성 관리자 배우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2.4시간이었다.

기울어진 돌봄 부담은 여성 관리자가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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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돌봄시간 분담 낮을수록
"가정생활 때문에 일 그만둘까" 응답 높아져
여성정책연구원 '여성관리자패널조사' 학술대회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회사에서 과장급 이상으로 승진해 경력을 쌓아가는 여성은 가정에서 남편과 동일하게 자녀 양육 부담을 지고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남성 관리자의 하루 평균 자녀돌봄 시간이 2.5시간인 데 비해, 여성 관리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3.7시간으로 약 1.5배였다. 배우자의 돌봄 시간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남성 관리자 배우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4.7시간이었는데, 여성 관리자 배우자의 자녀돌봄 시간은 2.4시간이었다. 여성 입장에서 고위 관리자가 되려면 '유리천장'을 뚫어야 하는데, 가정 내에서는 '독박육아'로 이중의 부담을 짊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 3,500명과 남성 관리자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배호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분석해 여성관리자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3일 발표한 내용이다.

기울어진 돌봄 부담은 여성 관리자가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직업생활 만족도나 '가정→일 촉진'(가족들이 자신의 일을 인정해줘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응답 등)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반면 '가정→일 갈등'(자녀양육 부담으로 인해 일 병행이 힘들 때가 많다, 가정생활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등의 응답)의 정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분석 결과, 배우자의 돌봄 분담 정도가 낮을수록 '가정→일 갈등' 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관리자의 경우 배우자가 돌봄을 분담하는 정도가 낮을수록 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배우자의 돌봄 분담 정도가 높을수록 직업생활 만족도는 커졌다.

'인구 절벽'을 직면한 우리 사회가 여성 관리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으려면 돌봄 부담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부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직면한 한국사회에서 여성 인적 자본의 적절한 활용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돌봄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에선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과 중간 관리자 임금의 관계, 통근시간 등이 여성 관리자의 경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발표됐다. 김근태 고려대 교수는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여성 근로자 비율이 증가하며, 여성 이사의 비율이 높을수록 남녀 관리자 모두의 연봉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광성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 관리자의 경우 통근 시간 등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직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며 "대부분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의 상황에서 주택정책과 교통정책 수립에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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