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 무서워”…‘이태원 참사’ 이후 약속 취소하는 사람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마음도 울적하고, 사람 많은 곳도 무서워서 약속을 취소했어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이번 주말 예정된 친구들과의 술자리 약속을 취소했다. 번화가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보기로 했지만, 김씨와 친구들 모두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김씨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술을 마시고 즐겁게 노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도 즐겁게 놀기 위해 모인 또래들이 사고를 당했다. 번화가 자체를 가는 것이 반갑지가 않다”고 했다.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선포하면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회식 자제 등을 권고해 직장인들의 회식도 연달아 취소되는 분위기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추모 기간인 만큼 몰려 있던 회식이 모두 연기됐다”며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회식할 분위기도 아니고 조심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4년 벌어진 세월호 참사 등과 달리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일반 시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만큼 대중이 받아들이는 불안과 공포가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또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시민들이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찍은 영상과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것도 공포심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경기 용인의 한 40대 가장은 아들을 참사로 잃었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으며, 한 20대 청년은 일행 3명이 당일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홀로 살아 돌아왔다며 죄책감과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경기도는 고위험군들에게 정신의료기관 이용과 치료비 지원 등을 안내했으며,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도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이 시내 정신전문의료기관 225곳에서 우울∙불안 검사를 최대 3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광장과 이태원 합동분향소에는 심리지원 현장 상담소도 운영 중이다. 이 외에 광주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심리치료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장한서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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