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파출소 책임?…수뇌부 ‘꼬리 자르기’에 “경찰청장은 뭐했나”

박나영 기자 2022. 11. 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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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먼저 감찰받아야”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하고 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왼쪽)은 경찰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 브리핑실에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책임론이 경찰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력 투입이 늦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경찰력은 112 최초 신고 접수 5시간 만인 자정께 추가로 투입됐다. 경찰 수뇌부의 판단 착오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정작 관할 경찰서장에게만 경질 처분이 내려지면서, 수뇌부가 책임을 모면하고 일선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이태원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본격적인 압수물 분석에 돌입했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이 용산경찰서에 지령을 내린 과정, 경력 투입이 늦어지게 된 이유를 집중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은 지난 1일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는데도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되고 강도 높은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됐다. 이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과 이임재 총경를 특수본에 수사의뢰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지휘부가 져야 할 책임을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현장 경찰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반발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원 파출소에 근무 중인 경찰관 A씨는 지난 1일 오후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 "동료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며 "당시 근무 중이던 20여 명의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해서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회원들이 직장을 인증해 가입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일선 경찰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자신을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90%가 20~30대 젊은 직원이고, 그 중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 경험 없이 나온 직원들이다. 그로 인해 항상 인원에 대한 고충이 있었고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원 충원을 제대로 해주셨는지 관련 부서에 먼저 묻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주말마다 있는 금, 토 야간근무 이태원 지구촌축제에 연이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 주간 연장근무와 3일 연속 야간근무에 대기시간도 없이 112신고를 뛰어온 직원들"이라면서 "112신고는 시간당 수십 건씩 떨어진다. 사건 당일 근무직원 11명, 탄력근무자 포함 총 30명 남짓 근무했다. 112 신고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 압사사고를 예상해서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신고는 또 누가 뛰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만 했어야 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경찰청, 서울청은 뭐하셨나요? 경찰청장은 예상 못하셨나요? 광화문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한가요? 체감상으로는 VIP연도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덜 지원해주신거 같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일이 터졌으니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되는 것이냐. 살려 달라 손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무 대비책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 받으시길 바란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경비 등 경찰 지휘부가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인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와 112치안종합상황실은 핼러윈 행사와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했다. 서울경찰청 또한 치안수요 급증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경찰 기동대 등 경력 투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 출신으로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TBS와의 인터뷰에서 "혼잡경비는 조직되지 않은 군중의 혼란 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이라며 "혼잡경비를 담당하는 기동대가 왜 배치되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경찰직무집행법은 혼잡 상황에서 경찰관의 경비 의무를 규정한다.

경력 투입과 관련한 윗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용산경찰서장이 전날 대기발령된 것과 관련해 SNS에 글을 올려 "꼬리 자르기 시도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과 언론·시민사회가 모두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자들에게 그에 맞는 책임을 반드시 물릴 것"이라며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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