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웃을까’…D-5 미국 중간선거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시험대이자, 2년 후 대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대형 정치 이벤트다.
이번 선거에서는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 임기 6년인 상원의원의 3분의 1인 35명, 임기 4년인 주지사 36명을 새로 뽑는다. 이미 2100만여명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마쳤을 정도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현재 민주당이 쥐고 있는 미 의회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느냐다. 2일 선거 시뮬레이션과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공화당은 하원에선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원에서도 기세 몰이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의회 권력이 공화당에 넘어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상하원 모두 우세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띤다. 이번 선거도 인플레이션 악화 등으로 인해 초기부터 공화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고, 민주당의 참패를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기 결정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7~8월 바이든 대통령의 입법 성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흐름이 일부 바뀌었다. 민주당 내에선 공화당에 하원을 내주더라도, 상원에선 현재보다 최소 1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됐다. 현재 상원은 두 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지만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공화당의 막판 상승세가 굳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체 진정되지 않는 데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민주당이 기대했던 임신중단권 이슈의 영향력이 다소 사그라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평균치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이날 공화당의 하원 승리 확률을 85%, 상원 승리 확률을 53%로 각각 전망했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상원 승리 확률이 70%에 육박했지만 판세가 역전된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공화당 지지세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경합주 표심은 대선 풍향계
대선과 마찬가지로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 우세 지역인 ‘블루 스테이트’나 공화당 우세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보다 경합주인 ‘퍼플 스테이트’의 선택이 큰 위력을 지닌다. 올해 상원 선거의 경우 조지아·네바다·아리조나(이상 민주당)·펜실베이니아(공화당) 등 4개 주가 최대 경합주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이중 최소 3곳에서 승리해야 상원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
이들 4개 주의 표심은 2024년 대선 민심을 가늠할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아리조나(49.4% 대 49.0%) 조지아(49.5% 대 49.2%) 펜실베이니아(50.0% 대 48.8%) 등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합주 선거 결과가 대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네바다, 조지아 등에선 선거 관리 책임을 갖는 주정부 국무장관 공화당측 후보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인사들도 출마한 상태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미국은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 민주당 측 한 선거 전략가는 “중간선거 다음날부터 공화당에선 대선 경선의 막이 오르게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 성사 여부도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의 선거 참패 시 재선 도전 의지를 밝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당내에서 분출할 가능성도 있다.
■중간선거 이후…한반도 영향은
공화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가져간다면 향후 2년간 입법부와 행정부의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기후대응, 우크라이나 지원 등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정책을 문제삼으면서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시행령 등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상원을 수성하더라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입법 절차는 사실상 ‘올스톱’되기 때문에 정국 교착이 지속될 수 있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나 북핵 문제 대응 등 대외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공화당이 한국 전기차 차별 논란이 제기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IRA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법 개정 논의가 지금보다 활발해질 수 있단 관측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선 초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IRA 등 구체 현안에 대해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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