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책임 인정한 판례 보니 ‘직무 위반·사망 인과관계’가 핵심

신민정 2022. 11. 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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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치안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참사 발생 전 11건의 112신고 가운데 현장 출동 건수는 4건에 그쳤고, 경찰 수뇌부는 사고 발생 1~2시간을 넘겨서야 첫 보고를 받는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해자 신고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피해자 사망 전)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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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 당시 치안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참사 발생 전 11건의 112신고 가운데 현장 출동 건수는 4건에 그쳤고, 경찰 수뇌부는 사고 발생 1~2시간을 넘겨서야 첫 보고를 받는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 우리 판례는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 수준, 피해 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등에 따라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이 문제 됐던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4월 있었던 ‘오원춘 사건’이다. 피해자가 대략적인 주소까지 신고했지만,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처로 결국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피해자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은 2016년 7월 “경찰관의 직무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가 112신고에서 ‘집 안’에 있다고 밝혔는데도 신고접수 경찰이 이를 누락한 점, 현장 경찰에게 상황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 등이 수색을 지연시켜 피해자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해자 신고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피해자 사망 전)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은 것 또한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00년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로 5명의 여성이 숨진 사건에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다. 당시 경찰은 여성들이 감금된 채 강제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눈감아줬고, 이로 인해 여성들이 화재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경찰은 범죄예방,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등을 위해 여러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보고 지연, 늑장 출동에 따른 해양경찰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2005년 7월 7명이 숨진 입파도 보트 침몰 사건에서 해경은 사고 신고접수 후 4시간 뒤에야 출동하고, 형식적인 수색활동만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유가족이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1심은 “이 사건 사망자들이 해경의 신속·적절한 구호작업을 받았더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사망사고와 해경들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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