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가보니…"민주 우세한 곳이지만 공화 바람"
최대 이슈는 민주 '낙태'-공화 '경제'…마음 못 정한 무당·중도층이 최대 변수
(필라델피아·랭커스터=뉴스1) 김현 특파원 = "존 페터만(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메흐메트 오즈(공화당 후보)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70대 민주당 지지자)
"오즈(후보)가 아주 훌륭한 후보자는 아니지만, 극단적인 페터만(후보)보단 상원의원으로서 적합하다고 본다"(50대 공화당 지지자)
미국 의회의 권력지형을 재편할 11·8 중간선거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州) 상원의원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상원의 경우엔 아직까지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 정가에선 펜실베이니아 선거 결과가 상원 다수당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선거는 대표적인 경합 지역 7곳 중 유일하게 현직(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정계은퇴하는 빈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곳이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선거를 엿새 앞두고 2일(현지시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초박빙의 격전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지난달 27~30일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4.4%p)에선 페터만 후보(47%)가 오즈 후보(45%)를 2%p차로 앞섰지만,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서스퀘하나'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7%p)에선 오즈 후보가 1%p(48% vs 47%)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페터만 후보가 오즈 후보를 13%포인트(p) 앞서는 등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오즈 후보가 맹추격을 벌여 한자릿수까지 격차를 좁힌 데 이어 최근 일부 조사에서 역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화창한 날씨에도 선거 민심은 안갯속…민주·공화, 서로 "상대 후보는 안돼" 비호감 선거
이날 뉴스1이 찾은 펜실베이이나의 날씨는 화창했지만, 상원의원 선거를 둘러싼 민심은 승패를 알 수 없는 안갯속이었다.
확실한 민주당 및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적극 어필했다. 다만, 지지 후보의 장점을 강조하기보단 상대 후보의 자질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분위기였다. 일부 미 언론에서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필라델피아의 번화가인 '체스트넛' 거리에서 만난 소설 '카타(Kata)'의 작가 테리 리 바렛씨(66)는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페터만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사람이며 펜실베이니아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그의 상대(오즈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출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바렛은 "페터만 후보가 사고를 당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펜실베이니아 사람들은 어쨌든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그의 상대는 펜실베이니아와 연관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바니'라고 소개한 78세의 여성 민주당 지지자는 "상원의원 선거는 꽤 경합 중이지만, 저는 오즈가 (상원의원) 적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페터만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직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원의원으로서) 오즈보단 그를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밝혔다.
반면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53세 남성 로시씨는 "오즈가 매우 마음에 드는 훌륭한 후보자는 아니다. 그러나 페터만은 마리화나 (단순 소지) 사면 요구 등 급진적이고 좋지 않은 정책만을 추구하고 있어 상원의원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인플레이션과 경제를 올바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선 공화당 후보인 오즈가 당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러 나왔다고 밝힌 30대 백인 남성은 "필라델피아에 범죄율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출직인) 주정부와 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펜실베이니아 부지사인) 페터만이 상원의원이 된다면 범죄가 더욱 만연해질 것이기 때문에 오즈가 (상원의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무당층 및 중도층 성향에선 오즈 후보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기류도 나온다.
필라델피아 체스트넛 거리에서 2018년부터 '북촌한식(Buk Chon korean cuisine)'을 운영해 온 50대의 크리스 정씨는 "이번 선거에선 공화당이 이기는 분위기"라며 "필라델피아나 피츠버그나 (지역) 경제가 좋지 않은 데다 집값까지 내려가면서 민주당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 페터만 후보가 이기면 (지역 경제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피츠버그에 거주하고 있는 또 다른 50대 남성은 "내가 살고 있는 카운티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휘발유 가격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화당 바람이 일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중부 농경 지대에 위치한 요크 카운티에서 만난 55세의 리치씨는 상원의원 선거 분위기를 묻자 "원래 공화당원이었다"고 소개한 뒤 "펜실베이니아 시골 지역은 공화당 세가 강하다.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치씨는 다만 "그래도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해서 제가 기대하는 추세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초박빙 접전에 핵심 이슈도 민주 '낙태' vs 공화 '경제'로 갈려…일부 민주당 지지층 '바이든 거리두기'
초박빙의 접전 양상에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이 생각하는 이슈도 지지 정당에 따라 뚜렷이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낙태'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인플레이션 및 경제'와 '범죄율 증가' 문제를 핵심 이슈라고 밝혔다.
바렛씨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여성의 권리, 건강권"이라며 "저는 남성이지만, 이것은 여성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니씨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혔다는 사실에 황당하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안전한 낙태를 할 수 있었다"면서 "저는 이제 그 반전을 보고 싶다. 페터만이 그렇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오즈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오즈 후보가 이날 찾은 랭커스터 카운티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40대의 프레드씨는 "휘발유 가격 등 인플레이션 문제와 경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민주당은 인플레이션을 절대 잡지 못하고, 경제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프레드씨는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제일 문제"라며 "펜실베이니아 휘발유 가격은 인근 주들에 비교하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갤런당 4.010달러로, 전국 평균(3.765달러)은 물론 인근 뉴욕(3.831달러)·오하이오(3.822달러)·메릴랜드(3.723달러)·버지니아(3.503달러)·웨스트버지니아(3.567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반으로 나뉘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바렛씨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혹평했다.
다만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 흐름도 감지됐다.
바니씨는 "저는 바이든(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의 때가 아니다. 다른 후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5일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지원 유세를 위해 동시에 출격하는 것과 관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은 모르겠지만, 오바마는 항상 그랬다. 그(오바마 전 대통령)는 우리 시대에 가장 카리스마 있는 헌신적인 공직자였다. 그가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자 등은 "트럼프는 미국에 끔찍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는 항상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가득차 있다"고 비난했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다시 직을 되찾아야 한다", "그(트럼프)의 말대로 2020년 대선은 사기였다"고 말했다.
◇무당·중도층 선택이 관건…선거 무관심층도 적지 않아
아직 투표할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무당·중도층의 선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USA투데이와 서퍽대 조사에 따르면, 오즈 후보는 무당층에서 43%를 얻어 페터만 후보(32%)에게 우세를 보였다. 지난 9월 조사에선 페터만 후보가 14%p(43% vs 29%)차로 앞섰었는데, 한달 만에 뒤집힌 셈이다.
그러나 아직 무당층의 19%가 투표할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감도 조사에서 페터만 후보는 47%(비호감 46%)를 얻은 반면, 오즈 후보는 40%(비호감 53%)를 얻는 데 그쳤다.
초박빙의 선거이긴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층도 적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인 갭에 위치한 한 커피 매장에서 만난 20살 켈리와 그 일행은 "정치와 언론에서 나오는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번 선거에 투표를 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20대의 한 흑인 여성도 "정치는 잘 모른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남자 친구는 "정치보단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실제 필라델피아에선 지지 정당과는 무관하게 필리스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필라델피아와 휴스턴이 맞붙은 월드시리즈는 현재 2승2패로, 중간선거 전날인 오는 7일 마지막 7차전이 예정돼 있다.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적극 투표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공화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민주당은 우편투표 및 조기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뉴스1이 만난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부분 우편 투표 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선거 당일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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