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여자친구 추행" 의심 18살 동료 집단폭행 살해 10대 4명 중형 구형

뇌손상 폭행 가담자 징역 9년, 미성년 3명 장기 5년·단기 3년
상해치사 혐의 대부분 인정, 폭행 지시 등 일부 혐의는 부인

ⓒ News1 DB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집단폭행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는 재판 내내 고개 숙여 눈물을 흘렸다. 가해자들의 입을 통해 아들이 당한 폭행을 들을 때마다 고통을 참아내려 애썼지만 감춰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탄식이 법정을 울렸다. 얼마나 아파야 나올 수 있는 한숨인 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무리의 리더 여자친구를 추행했다는 이유로 18살 동료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일당들에 대한 재판이 2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7월5일 오전 10시께 충남 천안의 한 오피스텔에서 18살 피해자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무리지어 생활하던 이들은 피해자가 모임의 리더 A씨(22)의 여자친구 등 모임 내 여성들을 성추행했다고 의심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를 포함해 5명이 번갈아가며 폭행했다. A씨는 골프채를 이용하기도 했고, B씨(19)는 피해자를 엎어치기하다 머리가 땅에 닿게 해 기절시키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일로 만나기로 했던 C씨(19)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C씨는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10여 분간 폭행했다. 3~4시간 계속된 폭행으로 사경을 헤매던 피해자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들은 119 신고 당시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거짓말했다. 피해자의 상처를 확인한 가족이 폭행을 의심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B씨의 단독범행이라고 입을 맞추기도 했다. 상해치사 혐의로 5명이 구속되고 1명은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8월에 시작해 3번째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방청석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 앉아 신문과정을 지켜봤다.

검사는 범행 의도와 가담 정도를 입증하기 위해 이들의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꼼꼼히 따져 물었다. 이들은 피해자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사실은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폭행 및 사망의 원인에 대해서는 저마다 책임을 회피해 답변이 엇갈렸다.

B씨는 “사건 당일 선배의 소개로 A씨를 처음 만났고 오피스텔에서 폭행을 지시하는 의미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폭행을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119에 신고를 논의하는 시간도 엇갈렸다. D군(16)은 오후 2~3시를, E군(15)은 오후 8시라고 각각 다르게 말했다.

피고인 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이날 또다른 사건으로 재판이 예정된 A와 C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공판절차를 마무리지었다.

검찰은 “집단폭행으로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뇌손상에 이르게 한 B씨에게 징역 9년, 나머지 3명의 미성년자들에게는 장기 5년, 단기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 기회를 통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했다.

재판부는 A, C씨의 추가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내년 1월9일 최종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