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고 있어요, 제발” 울부짖은 경찰…“유족에 죄송한 마음뿐”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현장에 출동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울부짖으며 인파를 다른 길로 유도한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니꼬라지TV 유튜브

이태원 참사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통행 정리에 나섰던 경찰관이 “그저 유족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출동 경위에 대해 “단순 시비 신고를 받고 여성 경찰관 한 명, 남성 경찰관 한 명 등 총 3명이 현장으로 나갔다”며 “현장에 갈 때만 해도 참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김 경사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목이 터져라 외치며 통행 정리를 도왔다. 그는 “도와주세요, 제발. 시민님들, 도와주세요. 제발 따라주세요”, “사람이 죽고 있어요. 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사람이 죽고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확산했고, 김 경사에 대한 응원과 위로가 빗발쳤다.

김 경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이 현장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고 비명과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서 무슨 일이 났구나 싶었다”며 “인파를 뚫고 들어가 보니 인파에 눌린 분들이 손을 뻗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미 일부 시민들도 구조 활동을 하고있었다”고 했다.

김 경사는 ‘사람이 죽고 있어요’라며 소리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인파로 인해 깔려 계신 분들에게 하중이 계속 실려 구조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며 “더 이상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인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다른 동료 남성 경찰관과 함께 해밀턴 호텔 뒷골목으로 뛰어갔다”고 했다. 이어 “골목 뒤에 있는 인파들을 해산시키고자 인근 술집 난간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한다’고 소리쳤다”고 했다.

김 경사는 “우선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족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면목이 없다”며 “누구 하나 빠짐없이 노력해서 구조활동을 펼쳤지만, 많은 분이 돌아가셔서 너무나도 비참하고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