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예금 줄고 금리경쟁 심화…은행들 속부터 곪는다

박은경 2022. 11. 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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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이 핵심 예금 이탈과 예·적금 증가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은 증가하는데 핵심 예금은 줄어 조달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원가성예금인 요구불예금이 급감하고, 정기예금이 상당폭 증가하고 있어 조달코스트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은행 순이자마진(NIM) 상승 폭은 이전보다 많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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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29조원 감소…조달 비용 증가에 코픽스 상승 우려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5대 은행이 핵심 예금 이탈과 예·적금 증가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은 증가하는데 핵심 예금은 줄어 조달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은행권의 조달금리 상승은 수익성 하락에 그치지 않고 대출금리를 끌어올린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합한 저원가성 수신은 658조6천365억원으로 전월 대비 4.35%(28조7천58억원) 감소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ATM이 모여있는 거리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저원가성 수신은 은행 수익성과 직결된 '핵심 예금'으로도 불린다. 예금 금리가 연 0.1% 내외로 사실상 은행이 지급할 이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은행으로서는 높은 예대마진을 유지할 실탄이다. 저원가성 수신이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고, 줄어들수록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핵심 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예·적금으로 이동했다. 같은 기간 예·적금 잔액은 847조2천293억원으로 전월 대비 5.6%(47조4천152억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5%포인트(p) 인상했기 때문이다. 'KB국민행복적금'은 연 최대 5.75%, 신한은행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 최대 연 5.2%,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 연 최대 5.65%, 우리은행 '원(WON) 플러스 예금' 연 최대 4.71%,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4.6%를 제공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이자 비용으로 이어졌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자 비용은 1조5천8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36% 증가했다. 이는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원가성예금인 요구불예금이 급감하고, 정기예금이 상당폭 증가하고 있어 조달코스트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은행 순이자마진(NIM) 상승 폭은 이전보다 많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원가성 수신에서 정기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자금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조달 비용 상승으로 마진 상승 폭은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낮은 대출 증가율도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10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천475억원으로 전월 대비 0.20%(1조4천354억원) 감소했다. 기업 대출도 704조6천706억원으로 전월 대비 1.38%(9조7천710억원) 증가에 그쳤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달 비용이 늘어 마진 상승 폭이 둔화하고 가계대출도 수요가 부진하다"면서 "기업 대출도 회사채시장 정상화 이후로는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은행의 이자 이익 증가 폭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가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달 3.40%로 전월 대비 0.44%p 올랐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3% 선을 넘어선 것은 10년 만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2.52%로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날 기준 7.279%에 달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에 따른 정기예금 금리 경쟁은 현재 시점에서 코픽스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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