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정폭력 피해자에 ‘10일 유급휴가’ 보장하기로[플랫]
호주에서 직장인이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면 열흘간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국회를 통과됐다.
호주 ABC에 따르면 호주 의회는 이날 새로운 직장관계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가정폭력 휴가 보장은 모든 고용주의 의무가 된다. 임시 및 기간제 노동자를 포함해 1100만명이 이 제도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노동자는 통상의 유급휴가나 상병휴가 외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제적 고민 없이 아이까지 동반해 새로운 거처를 구하고 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법안은 2월부터 적용되나 소규모 사업장은 준비기간을 연장해 8월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니 버크 호주 노동부 장관은 “이 법안만으로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호주의 어떤 직원도 더는 ‘임금’과 ‘자신 및 가족 보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는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에게서 벗어나 대처하려면 일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트위터에 알렸다.
호주 최대 노동단체인 호주노동조합평의회(ACTU)는성명을 내고 “지난 10년 간의 운동이 이뤄낸 결실”이라며 “가정폭력 휴가는 생명을 구할 것”고 밝혔다.
가정폭력 유급휴가는 호주 노동계가 오랫동안 도입을 요구해 온 제도이다. 호주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5세 이상 여성이 4명 중 1명꼴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호주범죄학연구소의 2019~2020년 조사에서는 열흘의 한 명 꼴로 가정폭력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 보고됐다.
ACTU는 가정폭력을 당한 노동자가 안전하게 가해자와 함께 사는 집을 벗어나려면 유급휴가가 필요하다며 직장별로 캠페인을 벌였다. 약 260만명의 노동자가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단체협약 등을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된 사업장 외에 속한 844만명의 노동자가 이번 입법으로 권리를 획득했다고 ACTU는 전했다.
가정폭력 유급휴가 제도는 뉴질랜드에서는 2019년부터 실시됐다.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도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관계법은 취학 연령 자녀가 있는 부모나 장애가 있는 사람, 간병인, 55세 이상, 가정폭력 피해자의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존 법안대로라면 노동자가 유연근무를 요청할 경우 고용주가 임의로 거부할 수 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법적인 절차를 밟거나 공정근로위원회의 중재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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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기자 eunha999@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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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름 기자 areum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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