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외신에게 ‘사고’ 아닌 ‘참사’라 했다”···곳곳엔 ‘이태원 사고’[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외신 기자들 앞에서 제가 incident(사고)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참사’ 대신 ‘사고’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총리의 지난 1일 외신 기자간담회 명칭에는 ‘사고’라는 용어를 쓰고, 한 총리 뒤에도 같은 용어를 쓴 배경화면이 있었다. 한 총리는 사고를 참사라는 용어로 바꾸는 데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 총회에서 축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정부가 참사를 사고로 지칭하는 데 대해 “오늘 여기서도 의원님들이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총리는 참사로 변경할지에 대해선 “글쎄요”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총리는 “외신 기자들 앞에서 제가 incident(사고)라고 말한 적은 없다. 난 disaster(참사)라고 했다”며 취재진을 향해 “잘못 쓴 곳(언론사)이 있다면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한 총리는 지난 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disaster 차원의 문제” “이태원의 disaster” “이것은 전체적인 하나의 disaster”라는 표현을 썼다. 또 “전반적으로 무엇이 이런 큰 참사를 일으킨 원인이었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참사라고도 일부 언급했다.
그러나 한 총리의 강변은 외신 기자간담회 명칭 자체가 ‘한덕수 국무총리 이태원 사고 외신 브리핑(Foreign Media Briefing with Prime Minister Han, Duck-soo On Itaewon Incident)’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총리는 질의응답에 앞서 발언한 1700자 분량의 모두발언에서도 참사라는 표현 없이 ‘이태원 사고’라고 호칭했다.
한 총리가 매일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공식 명칭도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이다. 한 총리는 중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부는 재난 관련 용어를 중립적으로 써야 한다는 내규에 따라 공식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부르고 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지명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 이미지에 굉장히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며 “관광객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가능하면 ‘이태원 사고’로 하자고 합의를 봤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날 ‘대통령실과 행안부, 경찰청의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는 질문에 “조사를 하고 있다니까 기다려볼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리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체계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사가) 어느 정도 됐는지를 좀 봐야한다”고 답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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