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매체 대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
입사 6주 뒤까지 근로계약서 교부 않다…단기계약·권고사직 요구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한 온라인 기후·환경 전문매체 대표가 기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금을 과소 지급했다는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측은 해당 기자의 문제 제기 이후 갈등이 커지자 근로계약서 교부 조건으로 당일 퇴사할 것과 법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측은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이 의도되거나 반복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지난 9월29일 G언론사 대표 ㄱ씨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노동청의 송치의견서에 따르면 ㄱ 대표는 그래픽 담당 A기자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하지 않고, 입사 면접에서 합의한 연봉보다 적은 급여를 지급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노동청은 송치의견서에서 “(ㄱ 대표는) G언론사에서 지난 6월7일부터 그래픽 담당기자로 근로해온 A씨와 6월7일 근로계약을 (구두로) 체결하면서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55조에 따른 휴일, 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A기자의) 연봉이 3000만원임에도 2900만원으로 잘못 계산해 발생한 미지급 임금 6만 6666원과 근로기준법 56조에 따른 6월 연장근로수당 46만 1796원 등 임금 합계 52만 8462원을 미지급”했다고 밝혔다.
G언론사 측은 A기자가 지난 6월7일 입사한 뒤 한 달여 만에 연봉이 합의보다 100만원 적은 2900만원으로 입력한 계약서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사측은 2900만원 연봉 기준 첫 달 임금을 지급했다. A기자가 연봉 표기를 지적하자 사측은 착오가 있었다며 계약서를 거둬갔고, 같은 날 다시 계약서를 보여줬다.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두번째 계약서에 '신입인턴계약서'라고 돼 있어 이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당시 G언론사 경리과장과 A기자 텔레그램 대화에는 “아무리 봐도 인턴계약서인데 일단 부대표님께 물어볼게요”라는 메시지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 G언론사 측은 미디어오늘에 “인턴계약서가 아닌 수습과 인턴 계약이라고 함께 적은 계약서였다”고 반박했다.
A기자가 문제 제기한 지 며칠 뒤엔 ㅊ 부대표가 A씨를 뺀 직원들을 모두 사무실에서 내보내거나 해당 기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 출동 경위와 당시 음성녹음에 따르면 ㅊ 부대표는 지난 7월14일 A 기자와 업무 관련 대화하던 중 언쟁이 생기자 그를 뺀 다른 직원들에게 모두 사무실에서 나가도록 했다. A 기자는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ㅊ 부대표는 A 기자가 그의 말에 반박하려 하자 “내 얘기 들어”라고 고성을 지르며 녹음 중인 A 기자 핸드폰을 빼앗았다. A 기자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ㅊ 부대표는 'A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녹음할까봐 그랬다'고 해명했다.
ㅊ 부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이날 소동과 관련 “(A 기자에게서 핸드폰을 가져간 건) 녹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화가 너무 나서 내 얘기를 먼저 듣고 얘기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사측은 A 기자에게 “오늘부로 근무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단기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ㅊ 부대표는 이날 오전 A 기자를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합의서를 내밀었다. 합의서엔 정규직으로 입사한 A기자에게 △당일(15일)이 기한만료인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할 것 △재직 중 일어난 일에 어떤 민형사·행정상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 △회사는 A씨 급여를 포함해 500만원을 지급할 것 등 내용이 적혔다. 입사 한 달여만의 일이었다.
A 기자는 합의서 서명을 거부했다. ㅊ부대표는 A 기자에게 “근무는 안 하셔도 된다. 근무는 스탑하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A 기자가 사무실로 돌아가 ㄱ대표에게 근로계약서 미교부와 합의서 작성 요구 등에 대해 “노동청에 문제 제기하겠다”고 항의하자, ㄱ대표는 “업무중지하고 나가라”고 했다. 사측은 그 직후 A 기자의 사무실 PC 모니터 연결을 끊고, 텔레그램 기자단체방 등에서 A기자를 강제퇴장 조치했다. A씨의 회사메일 계정 2개도 모두 삭제했다.
A 기자는 “15일 부대표와 대표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계약서를 받지 못했고, 제 업무용 컴퓨터도 치워서 짐을 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록 저녁에 '업무중지가 해제돼 재택근로하라'는 문자가 왔지만 저는 해고라고 여겼기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사측은 A기자에게 근로계약서 문서를 송부했으나 A기자는 확인하지 않았고, 이후 노동청에 ㄱ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했다.
A 기자는 “계약서만 제대로 썼어도 부대표와 다툴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회사에 신뢰도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을 중시하는 언론사의 가치를 보고 입사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회사가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ㅊ 부대표는 미디어오늘에 “경영 등 여러 업무를 함께 하고 일의 우선순위가 있다보니 깜빡하고 한 달이 지났다”며 “새 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더니 A기자 본인이 검토하겠다며 계속 미뤘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고사직 요구에 대해선 “부대표의 설명을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이 명령 불복종”이라고 했다. 메일 계정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A 기자가) 메일함 안에 있는 자료를 삭제할 수도 있어서”라고 답했으며 “업무복귀를 지시하며 다시 계정을 복구했다”고 했다.
ㄱ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중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했거나 반복적으로 이런 행위를 해서 고발과 진정을 당했다면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미리 교부하지 못하고 나중에 하게 돼서 생긴 이 경미한 실수, 소액을 미지급했다는 경미한 실수 때문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지는 게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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