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원과 정부 관료만 모시고···교육부 ‘토론 없는 토론회’ 개최
정부가 유·초·중등교육에 투입되는 국가 재정 일부를 돌려 대학교육에 쓰는 정책에 대해 토론회를 연다. 현장 토론자 대부분을 정부에 우호적인 인물로 채우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는 차단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가 재정 전략’ 토론회를 연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교부해 유치원과 초·중·고교 운영을 위해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 대학교육에 쓸 수 있도록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현재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의 재정 확충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고등교육 재정 투자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태규 국회 교육위 간사, 류성걸 국회 기재위 간사가 나서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위한 교육재정 개편의 필요성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의 의의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의 여건과 역량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통한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현재 추진 중인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통해 투자가 집중될 분야를 설명한다.
참석자 대부분이 교육교부금 개편을 통해 대학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토론회가 법안 처리를 위해 준비된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선 교육위와 기재위의 여당 간사들과 여당 정책위의장만 참석한다. 토론자도 대부분 총장을 비롯해 대학에 소속된 교수로 구성됐다. 학부모단체 대표인 박소영 국가교육위원도 그간 보수진영의 견해를 대변해 온 인사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단체 등의 반대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기존 교육교부금을 쪼개는 대신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등 별도의 재원 마련으로도 대학 재정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으로 당장 큰 영향을 받을 학교 현장의 의견도 경청하는 것이 토론회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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