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참사 뒤늦게 인지한 건 보고체계 때문”[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부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보다 사고 발생을 늦게 인지한 이유에 대해 행안부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긴급 문자 시스템’ 때문이라고 3일 설명했다. 또 이태원 압사 참사 등 육상사고에 대해서는 경찰의 112신고가 행안부 상황실로 통보되는 체계가 없다고 밝혔다.
중대본 발표 등을 종합하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행안부 상황실은 소방청으로부터 오후 10시48분 소방대응 1단계 보고를 접수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오후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참사 상황을 통보받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오후 11시1분 보고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은 소방대응 2단계 보고가 접수된 뒤인 오후 11시20분에서야 사고 상황을 인지했다.
중대본은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상황을 알게 된 것은 단계별 보고 체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재난상황전파체계’에 따르면, 재난상황담당관이 재난 사고의 규모 및 소방대응 단계 등을 고려해 상황을 1~4단계로 판단한다. 1단계는 소관 국·과장, 2단계는 소관 실장과 장·차관 비서실 등, 3단계는 장·차관과 과장급 이상 모든 간부에게 전달하게 된다. 장·차관 직보는 4단계가 돼야 이뤄진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런 체계가 효율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보 전달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내부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상황실은 소방청으로 소방대응 1단계 보고를 접수한 후 9분이 지난 오후 10시57분 대응부서 관계자들에게 1단계 크로샷(긴급 문자)를 보냈다. 이후 소방청이 오후 11시13분 소방대응을 2단계로 격상하자 오후 11시19분에 2단계 크로샷을 전송했고, 이 장관은 1분 후 비서관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소방청에서 대통령실로 상황이 바로 전달된 것은 소방청 상황실장의 판단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일선 소방서에서 소방본부를 거쳐 소방청으로 보고가 들어오면 이후 행안부와 관계부처, 대통령실에 동시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방대응 1단계라 하더라도 상황이 심각하거나 특수한 경우에는 상황실장의 판단 하에 행안부 상황실에 이어 대통령실에도 연달아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112 신고 보고전달 체계가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 본부장은 “112 관련 사항은 아직 행안부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서 “앞으로 미비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전날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참배에 동행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이 장관이 분향소 참배 이후 중대본 회의에 복귀할 계획이었는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NSC 회의가 개최되면서 거기에 참석하게 됐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행안부는 다중 밀집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 마련’ 태스크포스(TF)에 이어 3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특·광역시와 50만 이상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 역사 등 다중 밀집 인파사고 우려시 사전경보 등을 지자체가 유관기관과 협력해 즉시 검토·시행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대본은 TF 첫 회의에서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는 법령 개정, 관련 지침 및 매뉴얼 마련, 과학기술을 활용한 밀집도 분석 등 3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학생 및 안전관리 담당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일선 현장 경찰관에 대한 인파 관리 교육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